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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프랑스 카페의 테라스난방, 온실가스 주범 지목…규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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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테라스 난방 하루에 SUV 350㎞ 운행 맞먹는 온실가스 배출"

파리·릴·보르도 규제 움직임…요식업계, 매출 감소 우려해 반발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카페 야외 테라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명물인 카페의 야외 난방 테라스가 겨울철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야외 테라스 방식을 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매출 급감을 우려하는 요식업계는 야외 난방을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19일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파리, 릴, 보르도시(市) 당국이 카페와 레스토랑 등 음식점의 야외 테라스 난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난방기 아래 앉아 담배를 피우며 커피와 와인을 즐기는 일은 파리 시민이나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호사' 중 하나다.

흡연자가 아니더라도 프랑스인들은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을 즐기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편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에너지 효율이 극히 낮아 환경 문제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유럽녹색당(EELV) 소속인 자크 부토 파리 2구청장에 따르면, 12㎡ 면적의 테라스에 야외 난방기를 하루 동안 가동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350㎞ 운행하는 것과 같은 양의 온실가스가 나온다고 한다.

프랑스 환경단체 '네가와트'는 음식점 한 곳의 겨울철 야외 난방기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이 아홉 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75㎡ 면적에 5개의 가스 난방기를 설치한 카페가 겨울 한 철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3.7t으로, 이는 승용차 한 대가 지구 3바퀴에 해당하는 4만㎞를 주행한 것과 같다고 한다.

파리에만 이렇게 야외 난방을 하는 테라스가 1만2천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가와트의 설립자로, 친환경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살로몽은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테라스 난방은 엄청난 에너지 낭비로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테라스 난방을 하는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낭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파리, 릴, 보르도 등의 대도시들은 테라스 난방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리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야외 테라스 난방의 규제를 목표로 요식업계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런 야외 난방기 규제가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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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위에 난방기를 설치한 프랑스 파리의 카페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시는 과거 세 차례나 야외 난방 규제를 시도한 끝에 2011년 이를 제도화했지만, 요식·숙박업계의 이의 제기 끝에 2년 뒤 행정법원에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릴에서도 비슷하게 행정법원에서 시 당국의 야외 가스 난방 규제 조치가 취소됐다. 상업활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나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테라스 난방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스위스 접경도시인 프랑스의 토농레뱅에서는 2012년 야외 가스 난방이 금지된 뒤 카페나 레스토랑 측이 겨울철 테라스에 앉은 손님들에게 담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지의 카페들이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릴의 자크 리시르 부시장은 "자치단체의 조례는 법원에서 취소될 위험이 있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야외 테라스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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