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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년 후 다시 자유의 몸, 무력화된 FA 재취득 조항 [SS 시선집중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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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화 이성열(왼쪽)과 정민철 단장이 16일 FA 계약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고루하게 꽉 막혀버린 규정을 구단과 선수, 그리고 에이전트가 머리를 맞대 풀어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보상제도 완화를 이끈 것에 이어 이번 겨울에는 FA 재취득 조항 4년을 무력화시키는 계약구조를 완성했다. 구단 수뇌부들과의 의견차이로 FA 제도 개선이 요원하자 실무자들이 퍼즐을 맞춰 윈·윈 거래를 성사키고 있다.

롯데와 안치홍에 이어 한화와 이성열도 묘안을 짜냈다. 지난 16일 한화는 이성열과 최대 3년(2+1년) 20억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규정상 계약 내역은 2년 최대 14억원이다. 이성열은 한화로부터 계약금 3억원, 연봉총액 9억원, 옵션 총액 2억원을 받는다. 그리고 2021시즌 후 한화 구단은 이성열에 대한 +1년 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한화가 옵션을 실행하면 한화 구단과 이성열은 2022시즌 연봉 4억원·옵션 2억원 최대 6억원 계약이 성사된다. 한화가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이성열은 2021년 겨울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선수는 계약 후 안도가 아닌 도전의식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구단도 만 36세를 앞둔 베테랑 선수의 기량저하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성열은 지난 3년 동안 한화에서 가장 많은 홈런 76개를 쏘아 올렸다. 2019시즌 공인구 변화로 거포들의 장타력이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홈런 21개를 쏘아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이성열이 앞으로 2년 동안 거포 본능을 유지하면 3년째 옵션을 실행하면 된다. 2년 후 한화가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성열은 자유계약선수로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FA 계약 후 구단이 4년 보류권 쥐는 재취득 조항에서 벗어났다.

앞서 성사된 안치홍과 롯데의 계약도 흡사하다. 안치홍과 롯데는 지난 6일 2년 최대 26억원, +2년 계약 연장시 최대 4년 56억원이 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치홍도 2021시즌 후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롯데와 한화는 각각 안치홍과 이성열에게 2년 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FA 재수가 불가능한 구조를 깨뜨렸다.

KBO리그 FA 제도는 1999년 겨울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후 20년 동안 같은 제도 아래 수많은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에이전트들이 원하는 제도 개선 방향은 재취득 연한 폐지와 등급제 시행을 통한 보상제도 완화다. 등급제는 이르면 2020시즌 후 시행될 수 있으나 재취득 연한 폐지는 조만간 열리는 이사회 안건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2018년 1월 채태인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실무자들이 보상제도 사각지대를 공략한 것처럼, 안치홍과 이성열 계약은 재취득 연한을 무력화시키는 굵직한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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