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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번에는 항공사업 철수, 끊이지 않는 빈그룹의 후퇴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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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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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73] '신짜오 베트남' 코너를 통해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을 몇 번이나 소개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빈그룹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하더라도 유통(빈마트) 병원(빈멕국제병원) 학교(빈스쿨)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건설(빈홈) 레저(빈펄리조트)를 비롯해 베트남 경제 생태계 전반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빈그룹 지주사에는 한국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지분 투자도 했지요. 즉 빈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은 결코 한국과도 무관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 회사는 회사의 알짜 중 알짜인 빈마트를 베트남 마산그룹에 일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마트는 소비자 접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은 곳입니다. 실제로 빈마트 매장에서 빈그룹 스마트폰 계열사 '빈스마트'의 스마트폰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국에 깔린 빈마트 매장만 2600곳이 넘죠. 하지만 빈그룹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겠다'며 빈마트 부문을 2조4000억원에 경쟁사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또 빈그룹은 이에 더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어더이조이와 가전유통 매장 빈프로 사업까지 철수한다는 뜻을 곧바로 밝혔고 시장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나온 뉴스입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 빈그룹은 또 하나의 메가톤급 뉴스를 내놨습니다. 빈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항공사업에서 전격 철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당초 빈그룹의 항공사업 프로젝트인 빈펄에어(Vinpearl Air)는 올여름 닻을 올려 2024년까지 항공기 30대를 운영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항공 사업은 지점과 지점을 잇는 사업입니다. 특히 리조트 업계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FLC그룹은 항공자회사 뱀부에어라인을 론칭해 자사 리조트가 있는 도시를 기점으로 항공기를 띄우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베트남은 위아래로 1000㎞ 넘는 천혜의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낭, (나트랑이라 불리는) 냐짱 투톱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앞으로 해안선마다 새로운 리조트가 속속 생겨날 것입니다. 이미 꾸이년(Quy Nhon)이 다음 타자로 발돋움 하는 중입니다.

베트남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인근 대도시에서 리조트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건 불편합니다.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당길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항공 산업이 중요합니다. 항공과 리조트를 패키지로 엮어서 한쪽에서는 리조트를 짓고 다른 한쪽으로는 직항 라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 FLC그룹의 주요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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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빈펄 골프 /사진 제공=베트남 빈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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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 역시 빈펄리조트라는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빈그룹은 FLC그룹과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신사업인 자동차(빈패스트)와 스마트폰(빈스마트)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첨단 산업에 들어갈 돈은 앞으로도 천문학적 수준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빈그룹은 눈물을 머금고 항공 산업 포기를 선언했을 공산이 큽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항공 산업이 포화에 돌입할 것 같아서'는 핑계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빈그룹 내부 자금 사정이 빡빡하다는 뜻이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새 프로젝트를 엎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빈그룹이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는 이전에도 종종 나왔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모펀드를 상대로 빈그룹이 짓는 아파트 통매각을 의뢰하기도 했고 중국과 대만계 자금 일부는 아파트 일부를 동별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빈그룹의 사업 재편은 역설적으로 현재 처한 빈그룹 재무 상황이 쉽게 타개되기는 어렵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빈그룹 지주사에 투자를 단행한 한화와 SK는 '빈그룹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특히 SK그룹은 추후 이어질 베트남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빈그룹과 피를 섞어 지분 투자를 단행할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SK그룹 최고위층 인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베트남 출장에 오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보여줍니다.

다만 빈그룹이 내부 출혈로 다소 휘청거리는 모양새라서 실제 주목할 만한 딜이 일어나는 시점은 예상보다 좀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빈그룹 사활이 걸린 빈패스트와 빈스마트 사업이 빨리 안정되는 게 먼저거든요. 베트남 시장에 관심 많은 투자자, 사업가라면 앞으로 빈그룹 추이를 좀 더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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