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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정부, '원정출산' 제한 나선다…이민제한 다음 타깃은 '출생시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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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인들의 미국 ‘원정출산’을 비꼰 만평. 이미지 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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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원정출산’을 엄단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이 부여되는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행정부가 준비 중인 방안에 대해 “원정출산이 산업화되면서 범죄까지 개입하고 있다”면서 “국가안보와 법률 집행 상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새 규제 방안이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비자 심사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가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과정의 첫 단계라고 보도했다. 추가 조치들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B 비자’의 요건을 강화해 원정출산 목적이 의심되는 이들의 단기 입국이나 관광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출산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는 경우는 극히 적은데다 대부분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은 뒤 임신 후반부에 입국하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임신 상태에서 출산이 아닌 비즈니스나 여행 목적으로 입국하는 여성을 어떻게 구분할 지도 문제다.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원정출산은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신 상태에서 단기간 미국에 입국해 출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반이민 성향 연구기관인 ‘이민연구센터’는 단기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 미국에서 출산하는 아기가 연간 약 7만2000명에 달하며, 이중 약 3만3000여건이 원정출산에 해당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원정출산을 많이 하는 나라로는 중국, 러시아 등이 거론된다. AP통신은 지난해 3월 러시아 임신부 수백명이 매년 브로커에게 3만~5만달러(약 3470만~5780만원)를 주고 단기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플로리다주에서 출산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나이지리아인 중에도 미국 원정출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 자동시민권제가 부모의 편법적인 미국 체류 통로로도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일지라도 미국에서 자녀를 낳으면 자녀는 시민권을 부여받고 이를 통해 부모의 미국 체류 길이 열리는 이른바 ‘앵커 베이비’ 현상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우리 땅에서 아이를 낳으면, 국경을 건너와 아이를 낳으면, ‘축하해요. 아이는 이제 미국 시민입니다’가 된다”면서 “출생 시민권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정출산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출생 시민권이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된 사항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범위를 좁혔을 가능성이 있다. 악시오스는 새 제도가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정부 재량권을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봤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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