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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검사와 상갓집… 과거 장례식장서 있던 ‘불미스러운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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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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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였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가 빈소에서 직속 상관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며 항의한 사건이 알려지자,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의 ‘상갓집 조문 행태’를 지적했다. 추 장관은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중에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지적한 사건은, 18일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이 치러진 빈소에서 발생했다.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으로 부임한 심재철 검사장이 최근 대검 내부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의 기소에 반대하며 “조 전 장관은 무혐의”라 발언한 것을 두고, 직속 후배인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이 빈소에서 “왜 무혐의냐, 설명을 해봐라” “그러고도 당신이 검사냐”고 따지고 든 것이다. 양 선임연구관에 이어 다른 검사들까지 언성을 높이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심 부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조용히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조직 전체로 볼 때 장례식장에서 사건ㆍ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려진 사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이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검사의 부친상이 마련된 빈소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해 조문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서지현 검사를 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 검사가 2018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폭로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고,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안 전 검사장의 행위는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고 있다. 1ㆍ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은 최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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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왼쪽 사진),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가운데 사진),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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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농단’ 발언이 나왔던 곳도 공교롭게도 상갓집이었다.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대윤’,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재직 중이던 2017년 8월 어느 검사의 모친상 장례식장에서 “내가 이번 인사를 다 했다”고 자랑하듯이 말해 논란을 빚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당시 문상객 중에 인사에서 좌천당한 검사도 다수 있어 몹시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상갓집에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검찰 특유의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조직 문화가 끈끈한 검사 사회는 서로의 애경사를 매우 충실하게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소 격무에 시달리느라 개별적으로 만들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검사들은 주로 장례식장 등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식으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검찰 내부적으론 추 장관이 이번 사건을 ‘추태’라 규정하고,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이름 붙인 것에 대해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추행이나 폭력이 오갔다면 추태가 분명하지만, 장례식장에서 서로 얘기하다 잠시 언성이 높아지거나 불편한 말을 좀 했다고 해서 다 불미스러운 일이라 하면 누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장관이 지나치게 검찰의 모든 것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현직 부장검사는 “예전에는 상갓집에서 폭탄주를 10잔씩 돌리는 일도 허다했고, 그러다 보니 소란스러운 일이 꽤나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요즘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더 조심하고 예의를 차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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