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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日, 크고 화려하게 꾸민 '독도는 일본땅'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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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개관 영토전시관 가보니]

7배 확대해 관광객 많은 곳 이전

독도관, 강치 잡는 日人사진 대신 대형 강치 모형 전시해 감성 자극

같은 날 모테기 외무상 국회연설 "다케시마는 日 고유 영토" 망언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영토주권전시관을 20일 대폭 확장해 재개관했다. 신설한 지 2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독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쿠릴 열도 4개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주권전시관을 도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의 미쓰이(三井)빌딩 1·2층에 새로 열었다. 2018년 1월 문을 연 구(舊)전시관은 히비야 공원 안의 시세이(市政)회관 지하 1층에 있었고, 전체 크기도 100㎡에 불과했다. 아베 내각은 이곳이 좁고 일반인이 방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통행이 많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카사카(赤坂)와도 가까운 곳으로 이전해 670㎡ 크기로 재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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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로 문을 연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영토주권전시관 내부 독도 전시 공간 입구에 '1953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실력 행사에 따른 불법 점거'라고 적힌 게시판이 놓여 있다. 게시판 뒤편으로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 일명 강치의 모형이 보인다. 당초 영토주권전시관은 히비야 공원 내 시세이회관 지하 1층에 100㎡ 규모로 운영됐으나, 새 전시관은 지상 1·2층 670㎡로 옛 전시관의 약 7배 규모다. /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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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반 개관에 앞서 둘러본 이 전시관은 문부과학성 청사 맞은편에 들어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이전과는 달리 길을 가다가도 쉽게 들어가 볼 수 있도록 '領土主權展示館(영토주권전시관)'이라는 대형 간판도 세워 올렸다.

독도관은 센카쿠 열도, 쿠릴 열도 전시장 사이에 자리 잡았다. 옛 독도관은 일본 주장을 담은 유인물과 서적을 모아놓은 작은 서점 분위기였다. 동영상도 24인치 TV 모니터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 120㎡로 크게 넓어졌고, 첨단 박물관 같은 분위기로 달라졌다. 전에는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강치(바다사자)를 잡던 사진을 전시해놓았지만 신(新)독도관에는 대형 강치 모형을 만들어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두 배 이상 커졌고, 증강현실(AR)과 디오라마(3차원 축소 모형)를 활용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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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시관 외부 전경. /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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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독도관 출입구부터 큼직한 글씨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 '1953년 여름부터 현재, 한국의 실력 행사에 따른 불법 점거'라고 써 놓았다. 한국이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독도관 오른쪽 면에도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 설치 등을 일지(日誌) 형식으로 나열하면서 '한국의 불법행위'를 홍보하고 있다. 일본은 '영토주권전시관의 세계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전시관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 지도를 검색하자 'National Museum of Territory & Sovereignty(영토 주권 국립박물관)'라는 영문명이 나왔다.

영토주권전시관 확대 재개관은 아베 정부가 독도를 비롯한 영유권 문제에 더욱 강경한 태도로 임하겠다는 '도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일본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독도를 비롯한 영토 문제에 공격적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독도는 역사적, 법적으로 한국 영토라는 것이 입증됐는데도 억지 주장을 펴왔다. 아베 정권이 전시관 확대 재개관으로 독도 문제를 센카쿠 열도, 쿠릴 열도문제와 동등하게 다루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함에 따라 한·일 갈등이 새로운 차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 외무상은 국회 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상은 2014년 이후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국회에서 계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영토주권전시관 확대와 맞물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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