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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윤석헌 "DLF 제재심 시간 더 걸린다"‥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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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제재심 결론도 확실치 않다..'매우 이례적'

제제심 장기화되면 결론도 바뀔 가능성도 높아져

"66건중 10건 결론 수정"..치열한 공방 예상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20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설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나눔활동’ 행사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DLF 제재심이 결론을 내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내 결론이 날 수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원장은 “시간이 걸리면 30일에 다시 (제재심을) 하는 것으로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 16일 열린 첫 번째 제제심에서 금감원은 은행 측과 11시간의 공방을 이어가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두 번째 제재심은 22일로 예정돼 있다. 2차 제재심에서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30일 3차 제재심까지 이어지게 된다. 만약 3차 제재심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이달을 넘어서게 된다.

제재심이 세 차례나 이어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89차례 열린 제재심에서 똑같은 안건이 세 번이나 테이블에 올라온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이데일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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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안건으로 제재심 세번 열린 적 없어

금감원은 앞서 지난 16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DLF 제재심을 개최했다. 이날 KEB하나은행의 진술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났다. 이후 우리은행의 진술이 시작됐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두시간 후인 오후 8시에 제재심은 막을 내렸다. 손 회장 역시 제재심에서 적극적인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2일 제재심에서는 손 회장의 진술에 대다수 시간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빨라야 다음 제재심(30일)에나 결론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일찌감치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각각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 측은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들어 있는 내용이 아니라 별도의 시행령에 들어 있는 문구라는 입장이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DLF 상품 판매와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 미뤄지면 제재안 ‘수정’ 가능성 높아져

제재심이 길어지는 게 징계 결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데일리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금감원이 제재심을 연 114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단 77건만 논의만 차회로 미뤄지는 ‘심의유보’가 됐다. 7%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중 66건 중에서 10건이 수정의결됐다. 제제심에서 내린 결론이 애초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와 달라졌다는 뜻이다. 심의가 유보된 후, 두 번째 회의에서 금감원 검사국이 제출한 원안이 아예 부결된 경우도 1건 있었다. 심의가 미뤄졌을 때 원안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경우는 14.3%였다는 뜻이다.

반면, 심의가 유보되지 않고 단 한 번의 제재심에서 결론이 난 경우(1071건)는 96.4%(1032건)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 번의 제재심으로 결론이 난 경우, 원안을 뒤집을 가능성은 3.6%에 불과하다.

결국 제재심의 심의가 미뤄지고 금융회사의 소명 기회가 많아질수록 금감원 검사국이 처음 제출한 원안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 입장을 전하려는 노력 중”이라면서 “감독 당국의 입장에서도 납득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제재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업계의 소명이 아무리 길어도 제재심에서는 다 들어줘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검사국에서도 이번에 철저히 준비를 한 데다 DLF의 경우 사회적 비난 여론이 큰 만큼 제재심에서 일방적으로 감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윤 원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DLF 제재와 관련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줘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날 윤 원장은 다소 유보적으로 대답했다. 기자들이 CEO들을 중징계할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제재심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니 지켜본 후 말씀드리겠다”면서 “(금감원이)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에둘러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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