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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남산예술센터, 한강 ‘소년이 온다’ 토대 연극 두 편 무대로…2020 시즌프로그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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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21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2020 시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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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40주년을 맞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연극 두 작품을 올린다. 젊은 창작자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공연들로 채워졌다.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 5편을 21일 공개했다. 눈에 띄는 작품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토대로 만든 한국과 폴란드의 두 연극이다. 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휴먼 푸가>(원작 한강·연출 배요섭)는 5월13~24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럽에서 처음 무대화한 <더 보이 이즈 커밍>(원작 한강·연출 비에슈호프스키)은 5월29~31일 무대에 오른다.

<휴먼 푸가>는 파격적인 무대 연출로 주목받으며 현국연극평론가협회의 ‘2019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더 보이 이즈 커밍>은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의 작품으로 2019년 폴란드 크라우프에서 초연했다.

남산예술센터는 몇 편의 해외 작품을 초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동시대 창작 초연 중심의 제작극장’이라는 목표 아래 국내 초연으로 프로그램을 채워왔다. <더 보이 이즈 커밍>은 국내 창작 초연은 아니지만, 국외의 시선으로 5월 광주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휴먼 푸가>와 함께 올해 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산예술센터는 “광주의 아픔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다”면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품이 30대 젊은 창작자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만주를 그린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연출 이준우),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기독교의 역사를 바라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공동창작·연출 임성현)가 있다.

2020년 시즌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는 <왕서개 이야기>(4월15~26일)는 남산예술센터의 작품 발굴 프로그램을 거친 작품이다. 왕서개라는 인물의 복수를 통해 1930~1950년대 세계사의 아픔을 그린다. 가해의 역사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24일~7월5일)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다. 파편화된 기억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아픔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경험이 아니라 동시대 우리가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마지막 시즌 프로그램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2~13일)는 기독교 예배의 제의성에 주목해 제사장의 위치에 기독교가 배제해온 ‘퀴어(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용어)’를 세웠다. 주류 기독교가 독점해온 사랑·공동체·믿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퀴어에 대한 혐오, 기독교의 위기와 분열을 한데 담아낸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해 특정 회차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공연으로 진행해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 성과를 구체화해 올해도 장벽 없는 공연 문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격년으로 진행하던 ‘일본희곡 낭독공연’과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올해 처음으로 동시 추진한다.

2020년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지만, 극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남산예술센터는 극작가 동랑 유치진이 미국 록펠러재단과 정부, 연극계의 후원을 받아 세운 극장 드라마센터가 전신이다. 2009년 서울시가 10년간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연간 10억원에 임차해 공공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초 서울예대가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연극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유치진의 친일 행적부터 극장의 공공성까지 다양한 쟁점이 불거졌다. 2020년까지 극장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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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휴먼 푸가>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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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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