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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법원 "'킹크랩 시연' 봤다"…김경수 "진실의 힘 믿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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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심 재판부 "객관적 증거로 시연회 참석 인정돼"

다만 "다양한 가능성 성립 가능해 추가심리 필요하다"

변호인 "진전된 자료·논리로 오해 없도록 설명할 것"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노컷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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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일명 드루킹(김동원) 일당의 매크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선고 기일은 또다시 연기했다.

선고 기일을 또 다시 연기한 배경에 대해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전날 직권으로 김 지사의 2심 선고를 연기하고 이날 변론을 재개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재판이 끝난 후 "진실의 힘을 믿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1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사건을 1년 가량 심리해온 재판부로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고서도 그 기일에 선고를 하지 못하고 사건을 재개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재판 재개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재판부는 해당사건의 의미가 가볍지 않음을 짚으면서 다소 시일이 더 소요되더라도 공판 속행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주지하다시피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며 "관련 항소심에서 판단됐듯 김동원씨 등의 댓글순위 조작활동에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문재인 후보자를 돕던 피고인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김씨 측에게 총영사 등 공직추천을 제안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으로 그 진위가 관련자들의 인생이나 우리 사회·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우리 재판부는 다른 어떤 사건보다 이 사건에 관해 어떤 예단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깊이 고민했고,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하고자 고민했다"면서도 "판례 법리에 비춰볼 때,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특검과 피고인 사이의 공방을 통한 추가적 심리를 더하지 않고는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시연회를 참관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지난 2016년 11월 9일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회를 보았다는 사실은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비진술적 증거들, 즉 당일자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등을 통해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김씨 등의 진술을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물론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상 이같은 판단만으로는 김 지사의 유죄 여부와 책임 정도, 양형을 결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김 지사의 '유죄'를 인정한다고 해도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등을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김 지사 측과 특검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들은 △김씨('드루킹')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릴 수 있는 근거자료 △김 지사와 김씨의 관계가 단순 정치인-지지자의 관계였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진술 혹은 객관적 자료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여론형성을 위한 조직 및 활동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이 '비정상적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투입한 노력과 비용 등 총 8가지다.

재판부는 김 지사 측이 '킹크랩' 시연회 등에 불참했음을 강조하며 '드루킹'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다 보니 '유죄 성립'을 가정한 이후의 심리는 진행이 어려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앞서 말씀드린 쟁점이 명확히 정리돼야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고 그 책임에 좀 더 잘 부합하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특검이나 국민 입장에서도 피고인의 관여 정도에 대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맺었다.

김 지사 측은 재판부의 뜻하지 않은 결정에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변호인 입장에서는 다소 의외의 (재판) 재개 사유 설명이어서 약간 당혹스럽긴 하다"며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피고인이 (킹크랩을) 봤다고 잠정적 판단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좀 더 진전된 자료나 논리를 갖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항소심에선) 1심과 달리 세세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밝혀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저희들 생각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셔서 검토해봐야 할 것 같고,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증거 요구를 많이 하셔서 수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며 "어찌됐든 법원에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이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3월 10일에 김 지사의 다음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지사 측과 특검은 다음달 21일까지 재판부가 이날 제기한 문제에 대한 의견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당시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이 끝나고 김 지사는 오후 7시53분쯤 자신의 SNS에 "다시 재판이 시작됐다"며 소회를 올렸다.

김 지사는 "어쩌면 왔던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길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진실의 힘을 믿고 당당하고 꿋꿋하게 이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남도민들꼐는 여전히 송구하다"면서도 "도정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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