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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레카] 라건아 선수에 대한 예의 / 김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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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로농구 케이씨씨(KCC)의 귀화 외국인 선수 라건아가 최근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신과 가족을 향한 팬들의 욕설과 험담을 고발했다.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브랜든 브라운과 혼혈 귀화 선수인 에스케이(SK)의 전태풍까지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한국 스포츠 무대도 ‘인종차별’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프로농구 선수들이 비슷한 수난을 겪고 있다.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케이비엘(KBL)이 실태조사와 가해자 법적 처벌 등 연맹 차원에서 악의적 댓글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규칙이 있고, 공정한 플레이가 덕목인 스포츠가 저주에 가까운 말이 난무하는 전장으로 바뀐 데에는 과거와 다른 쌍방향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를 활용해 마케팅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선수들도 트위터 등으로 팬심을 모은다.

양날의 칼이다. 팬들은 에스엔에스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선수에게 전달할 수 있다. 칭찬과 격려 등 응원도 많다. 하지만 기대치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화풀이나 감정이 섞인 막말을 쏟아내면 선수들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라건아는 아내까지 겨냥한 에스엔에스 메시지를 참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차별을 반대하는 리스펙트 운동을 펼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팬들의 자세나 관전 문화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국내의 각 스포츠 연맹이나 구단도 팬들의 악성 댓글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의 선수를 향한 막말이 선수 인권 보호뿐만 아니라 상식 복원 차원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에스엔에스 시대 선수와 팬의 관계 또한 스포츠맨십 단독으로 정립될 수 없다.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에는 공정하고 품격 있는 선수라는 뜻의 스포츠맨십이라는 단어가 1897년부터 등장했다고 한다. 이제 선수를 정중하고 예의 있게 대하는 팬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추가될지도 모른다.

김창금 스포츠팀장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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