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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영상의 오지랖] 여권내 골프 최강자라는 임종석, 총선 샷 날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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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불출마 선언 두달만에 당 정책 연설자 등장

“총선 안나온다” 불구 여권은 등판 강권 분위기

보수대통합 흐름 맞서 ‘임종석 부재’ 아쉬워해

당지도부는 광진을 염두…오세훈 대항마 검토

이해찬대표와의 골프인연으로 본 그의 선택은?

헤럴드경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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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골프 얘기 하나 던져본다.

이건 여당 의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니 사실일 것이다. 지금의 여권 인사 중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한다. 드라이브샷이 빨랫줄처럼 쭉쭉 뻗는 장타자란다. 아이언샷도 정확한 편이어서 페어웨이를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멘탈도 강한 편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정국이 복잡하고 총선까지 있어 골프칠 상황이 아니지만, 아마 여권 내 인사를 모아 골프대회를 연다고 가정한다면 임 전 비서실장이 부동의 1등 후보자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임 전 실장은 덩치가 좋고 힘이 있어보이는 스타일이다. 일견 봐도 골프 잘 치게 생겼다.

흥미로운 것은 임 전 실장의 골프 입문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도와줬다는 점이다. 그 여당 의원의 말은 이랬다. “이해찬 대표가 임 전 실장에게 자기가 쓰던 골프 클럽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필드 입문을 시켜준 이가 이 대표인 셈이죠.”

이 대표가 임 전 실장 머리를 얹어줬다(생애 처음의 골프에 동반했다는 뜻)는 말이 있고, 그래서 임 전 실장의 골프 사부가 이 대표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임 전 실장이 “골프채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사부까지는 좀…”이라며 가볍게 웃었다는 목격담이 있는 것을 보면 누가 지어낸 얘길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골프채를 누구에게 준다는 것은 그만큼 좋아하거나, 믿거나, 신뢰한다는 뜻이다. 직장으로 따지면 부하 직원에게 자기가 쓰던 골프채를 주는 상사가 있다면, 그 상사는 부하 직원을 총애하는 것은 명약관화다. 좋아하지 않는 후배에게 골프채를 내어줄 바보는 없다. 이 대표의 임 전 실장에 대한 인간적 시각과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둘 관계가 여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임 전 실장이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 첫 연설자로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정강정책 연설에서 “미래세대에 평화를 넘겨주자”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북핵리스크, 코리아리스크를 꼽았다고 한다. 이 둘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없다는 절박한 메시지도 내놨다고 한다.

이런 임 전 실장에 정치권의 시선이 단박에 쏠렸다. 그의 멘트 때문은 아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올해의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아예 정계은퇴까지 시사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역할을 무난히 소화함으로써 향후 여권의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섰다고 여권내에서 인정받은 직후의 그의 폭탄선언에 여권은 충격을 받으며 매우 당혹해한 바 있다. 당시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는 다양한 시각이 뒤따랐다. 서울 종로 출마를 원했으나 그쪽 터줏대감인 정세균 의원(현 국무총리)이 양보할 생각 없이 워낙 확고하게 수성의지를 보였고 그걸 여권 지도부가 정리해주지 않다보니 실망감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왔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하긴했으나 갈등만 일삼는 현실정치에 무력감과 피곤함을 느끼곤 ‘한반도 평화’ 일조를 위한 원래 ‘인간 임종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야인행을 택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무엇이 사실이든간에 여권에서는 정치적인 무게감과 잠재력이 큰 임 전 실장이 총선 판에서 빠지는 것은 작지않은 화력손실로 여겨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임 전 실장이 여당의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섰으니 여의도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이날 이 자리에서 여권내 인사들이 임 전 실장의 정계복귀와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해달라고 강권했을 것은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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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11번째 영입인사인 최기일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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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선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평화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하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음을 바꿔 총선에 얼굴을 내밀거나, 당을 위한 총선 운동에 뛰어들 자세는 현재까지는 없어보이는 멘트다.

임 전 실장의 이날 연설은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권유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해찬 대표의 의중과 요청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와 임 전 실장 사이엔 소통채널이 가동되고 있고 둘간 꾸준히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보수대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을 마냥 장밋빛으로 볼 수 없는데다 일부에선 경고음이 일고 있는 마당에 임 전 실장과 같은 거물급의 부재는 당의 막대한 전력손실과 다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임 전 실장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 등판시켜야 한다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는 까닭은 이래서다. 게다가 광진을에 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온다면 임 전 실장을 대항마로 내세워 둘간의 대결에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가 판단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물론 이런 모든 시각의 중심에는 이해찬 대표가 위치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의 총선 등판과 특정지역 출마를 계속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암튼 임 전 실장은 총선 불출마에다가 정계은퇴까지 시사한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다시 한몸에 시선을 받는 인물이 됐다.

물론 임 전 실장을 좋게만 보지는 않는다. 야당에서는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야당 인사 중 한 사람은 임 전 실장을 고도의 꾀를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총선보다는 더 큰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정계은퇴 시사 등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고도의 제스처라고 본다. 현실정치에서 실망했다며 새로운 정치환경을 꿈꾼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주판알을 계속 튕기면서 보다 넓은 꿈에 도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어쨌든 그의 향후 선택은 뭘까. 임 전 실장이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피력해온 것을 보면, 골프로 따지면 그의 정치적 드라이브샷이 현재까지는 페어웨이로 안착한 것 같지는 않다. 언덕으로 갔을수도, 덤불로 갔을수도, 깊은 러프에 빠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임 전 실장이 당장의 온그린이 아닌 나중의 정교한 온그린을 위해 레이업을 택할까, 아니면 다음엔 기회가 없다며 모 아니면 도식의 강공샷을 택할까, 아니면 제3의 샷을 택할까,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진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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