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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음주 후 운전자 바꿨지만 무죄…“영장없이 꺼낸 블랙박스, 증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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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상태서 오토바이 들이받고 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

법원 “운전자 동의·영장 없이 확보된 블랙박스, 증거 효력 없다”

경찰관에게 욕설해 모욕한 혐의는 인정…“범죄 형태 등 불량해”

헤럴드경제

그래픽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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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음주 후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숨기기 위해 운전자를 바꾼 이들이 실형을 면했다. 뺑소니와 범행 은폐 행위의 증거로 제출된 블랙박스가 운전자의 동의나 영장 없이 확보됐으므로 ‘증거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다만 이들이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모욕 혐의로 기소된 한모(38) 씨에 대해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해 2월의 어느 날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오전 4시20분께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쓰러뜨렸다. 한 씨는 사고 후에도 10분 가까이 차를 더 몰다가 인근 도로 충격 흡수대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는 이어 차에 함께 탄 언니와 자리를 바꿔 조수석에 앉았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다. 실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도 한 씨의 언니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행위는 차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재판부는 뺑소니와 한 씨 자신의 범행을 숨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블랙박스가 영장 없이 경찰에 제출돼 증거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차량 내부의 물건을 임의로 처리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로, 영장 없이 압수했으므로 위법 수집 증거”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한 씨의 차는 견인돼 경찰서로 옮겨졌고, 도착 후 견인차 기사는 경찰에 한 씨의 블랙박스를 임의 제출했다. 검찰이 내세운 다른 증거들 역시 블랙박스 동영상으로 범죄를 인지하고, 수집한 증거들이기 때문에 이 역시 모두 위법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한 씨가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3명에게 욕설을 해 모욕한 혐의에 대해서는 “경위와 범죄의 형태가 모두 불량하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사고 당일 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8%로 당시 처벌 기준에 미치지는 않았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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