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시댁→시가, 친(외)할머니→할머니로”…서울시, 성평등 명절단어 제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친가’와 ‘외가’ 대신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집사람’ ‘안사람’ ‘바깥사람’ 말고, ‘배우자’로 부르자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표현 대신 상대의 이름을 붙여 ‘○○님’으로

동아일보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단어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이 설 연휴를 앞둔 22일 ‘성평등 명절 단어장’을 선보였다.

재단은 지난 2018년 추석부터 조사한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이제는 꼭 써봐야 할 단어와 문장’을 선정해 카드뉴스 형식의 홍보물로 제작해 이날 발표했다.

재단은 ‘친가’와 ‘외가’ 대신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 쓸 것을 제안했다. 아버지 쪽은 가깝게 ‘친할 친(親)’자를 쓰고, 어머니 쪽은 멀게 ‘바깥 외(外)’자를 써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할머니·친할아버지’ ‘외할머니·외할아버지’ 등으로 차별해 부르지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로 통일하자고도 제시했다.

재단은 남성 쪽 집안만 높여 부르는 ‘시댁’을 여성 쪽 집안을 부르는 ‘처가’와 마찬가지로 ‘시가’라고 바꿔 부르자고도 했다.

아울러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사람’ ‘안사람’ ‘바깥사람’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다.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표현 대신 상대의 이름을 붙여 ‘○○님’이라고 부르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계급이 있던 시대 상전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되던 ‘도련님’ ‘아가씨’ 등을 가족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불편하고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다.
동아일보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문장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단은 또 성별·연령별에 따라 시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성평등 문장도 공유했다.

△“애미야 상 차려라, 애미야 상 치워라” 등의 말 대신 “이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바뀌었으면 한다”(60대 여성 의견 제시) △“여자는 나이 들면 안 팔려” “젊고 예쁠 때 얼른 결혼해” 대신 “결혼은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30대 여성) △“남자가 장가가려면 연봉이 높아야 할 텐데…” “집은 살 수 있겠니” 대신 “회사 잘 다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30대 남성) △“남자가 되어 가지고” “여자가 되어가지고” 대신 “사람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 등의 표현을 쓸 것을 권했다.

재단은 지난해 추석 명절 연휴 기간(9월 11일~9월 18일) 진행한 ‘성평등 명절 체감도’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810명·여성 718명 남성 92명)의 43.2%가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느낀다”(매우 성평등해졌다 14.9%, 약간 성평등해졌다 28.3%)고 답했다고 밝혔다. “똑같다”는 응답은 39.3%였고, 부정적인 응답은 12.3%로 나타났다.

다음 명절의 성평등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7.6%가 “성평등해질 것”(많이 성평등해질 것이다 23.6%, 약간 성평등해질 것이다 34.0%)으로 기대했다고 재단은 전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시민들이 성평등한 명절을 익숙하게 여기고, 다음 명절은 좀 더 성평등해질 것이라고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명절에도 성평등한 말과 행동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