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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정부 비난에서 장난글까지…中 SNS도 우한 폐렴으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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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이’ 미국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중국 소셜 미디어(SNS)에서 중국 네티즌 사이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당국에 책임을 묻는다며 토론의 장이 열리는가 하면, ‘감염을 막기 위해 콘돔을 손가락에 끼자’고 주장하는 등 냉소적인 인터넷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웨이보와 위챗 등 중국 주요 SNS 사용자들은 감염자 중 중국 의료진 14명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정부가 바이러스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 ‘신징바오’는 전염병 예방 및 통제에 있어서 중국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를 기고했다. 해당 기사는 위챗에서 17시간만에 1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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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한 페렴 관련 사진들. ‘우한에 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콘돔을 손가락에 끼고 있는 사진(왼쪽)과 ‘마스크가 없다면 브래지어를 구입하라는 내용의 게시물. /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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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에는 "감염자는 정확히 언제 발견됐는지, 진단은 언제 이루어지는지 명확한 대답을 요구한다"라며 "곧 춘절(春節·중국 설날) 연휴가 다가오는데 당국이 질병 예방과 통제에 있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행동과 소통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징바오는 이어 "우한은 전염병의 발상지로 예방과 통제를 위해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관련 부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은 "가슴을 졸이며 방제 조치를 기다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중국 네티즌이 "이 기사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라며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감염 확률이 낮다며 안심하지 말고 긴장해야 한다. 나는 과학만 믿는다"라며 작성한 댓글에는 1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푸킹와 홍콩대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례와 외신과의 연결을 짓는 몇몇 게시물들은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2일까지 두 매체에서 심각한 검열 행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푸 교수는 또 "2003년 중증호흡기질환(SARS)가 발병했을 때와는 다르다"며 "지금은 2020년이고 그때는 웨이보와 위챗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금 정부당국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와 관계 없이 상상할 수 있다"며 "이러한 메시지는 매우 빨리 확산되고 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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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14명이 감염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시된지 17시간만에 위챗에서 1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위챗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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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건당국은 21일(현지 시각) 베이징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13개 행정구역에 440명이 넘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있다며 또 다른 1394명의 환자들은 의료진의 관찰하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당국은 또 전국적인 검역을 실시해 추가적인 질병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번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웨이보의 한 유저는 지적했다.

짜다오지옹 북경대 교수는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우한 당국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면서도 "바이러스에 스스로 대응하는 것이 첫번째 보호책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보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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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4시 기준 웨이보 검색창 인기순위가 “새로운 폐렴으로 440명 감염 및 9명 사망”,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야생 동물에서 발생됐다” 등 우한 폐렴 검색어로 채워졌다./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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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네티즌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널리 팔리고 있는 장갑과 마스크를 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장갑으로 콘돔을 사용하고 입을 보호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사 마스크로 사용하라는 인터넷 밈도 찾아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체르노빌’을 패러디해 ‘우하노빌’이라고 하는 사진이나 맥주 ‘코로나’가 가득찬 냉장고 사진을 "냉장고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라며 올리는 등 다양한 사진이 중국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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