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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中정부 감염 상황 축소·은폐 의심… 사스 때와 판박이 ['우한 폐렴'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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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대응 부실” 비판 빗발 / 中, 정보공개 투명하다지만… 의료진 15명 확진 사실도 ‘쉬쉬’/ ‘사람대 사람 감염’ 뒤늦게 인정 / 춘제 시작… 전면 확산단계 우려 / 감염 속도·경로도 미스터리 / 지난 주말부터 매일 백여명 발생 / 확진 美 남성 우한시장 방문 안해 / 中 “야생동물서 전파” 주장과 달라

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이 국경을 넘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중국 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처럼 중국 정부가 감염 실태와 심각성을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는 “우한 폐렴이 2003년 사스 당시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한은 중국 내 모든 철도망이 통과하는 중부 내륙 교통요지인 데다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하는 춘제 대이동이 이미 시작돼 우한 폐렴 전면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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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리빈 부주임이 22일 베이징 국무원에서 열린 우한 폐렴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정부 초기 대응 비판 쏟아져

사망자가 800여명에 이른 사스 대유행은 당시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와 이로 인한 초기 대응 미흡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2년 11월 16일 중국 광둥성 포산에서 처음 발병했다. 중국 언론에 처음 보도된 것은 발병 45일 후인 2003년 1월 말이다. 그것도 현지 언론의 1단기사에 불과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2003년 4월 10일이다. 발병한 지 5개월이나 지난 후였다. 당시는 이미 홍콩과 미국 등지로 퍼진 이후였고, 해외 발병사실이 잇따르는 데 침묵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 고조되면서 결국 이를 인정했다.

이번 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정부 대응이 당시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방역 실패에 정보를 은폐하려는 점 등이 비슷해서다. 중국 관영 매체는 사스와 비교하면 정보공개가 신속하고 투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적시에 공개하지 않은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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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람 대 사람 감염 여부에 대한 공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확진자 27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사람 대 사람 감염 여부는 제한적이라고 밝혀 왔다. 질병 통제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우한시 보건위생위원회는 지난 3일 이후 추가 감염사례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0일 의료진 15명이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의료진 감염은 사람 대 사람 전파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중국 외 지역에서 의심환자와 확진자가 잇따르자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 대응도 늦었다. 우한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의심환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방역조치는 17일에서야 이뤄졌다. 이미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중국 전역에서 의심환자가 속출하던 상황이다. 사스 사태 때처럼 초동조치를 제때 못해 전염 확산을 방치한 셈이다.

사스 대응에 참여했던 싱가포르 전염병 전문가 피오트르 클레비키는 “공식 발표된 수치를 믿기 힘들다. 중국은 실제보다 상황을 축소해 보고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 아시아 지역 대변인 피터 코딩리는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초기부터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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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미스터리?… 확산속도도 경이적

우한 폐렴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확진자가 27명 발생한 이후 열흘 정도는 40명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17일부터 매일 100여명씩 늘어났다. 22일 오후 기준 이미 4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지난 17일까지 이미 중국 내 20여개 도시로 확산했고, 우한 내 감염자 1343명과 다른 도시 감염자 116명 등 중국 내 감염자만 1459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 한 연구기관도 감염자가 1723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전염병 확산은 보통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2단계는 인간 간 전염, 3단계는 가족과 의료진에 전염되는 확산단계,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전면적 확산단계다. 이미 우한 폐렴은 4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다. 감염경로를 확인해야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1차 대응조치가 가능하다. 대부분 코로나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 전파라는 점에서 이번 우한 폐렴도 비말 전파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 대 사람 전염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확산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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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의 제이 인슬리 주지사(오른쪽)가 21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워싱턴의 3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은 뒤 시애틀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발표하는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의 경우 감염경로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스피터 미 워싱턴주 보건당국 관계자는 WSJ에 “그는 감염지로 지목된 우한 지역의 그 어떤 동물이나 수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을 가지도 않았고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 야생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염됐다고 했었다. 그러나 우한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속출하자 사람 대 사람 간 감염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김민서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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