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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부적합” VS “주특기 성적 A”... 성전환 하사 전역 논란에 인권위 조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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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전역심사위 열고 性전환 하사 ‘전역' 결정
"관계 법령상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
변 하사, 행정소송 예고.. "복무 문제 없어, 체력 검사 통과"
인권위 "軍 전역심사위 결정과정 조사하겠다"

조선일보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군(軍) 복무 중 여성으로 성(性)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하사에 대해 22일 ‘전역’ 결정이 내려졌다. 현행 규칙상 군인으로서 복무하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 하사 측은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신체적으로 근무하는데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소청과 행정 소송 등 전역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변 하사의 전역 결정 과정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성전환 하사 24일부터 민간인 신분… 軍 "성별 아닌 신체적 부적합"
육군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변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었다. 군은 심사 결과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 변 하사를 전역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에 따라 변 하사는 오는 23일부터 민간인 신분이 된다.

군인사법 37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53조에는 ‘위법 행위나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 ‘전역심사 후에도 같은 심신장애로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완치가 곤란한 경우’ 등은 전역 처분하도록 명시돼 있다.

변 하사는 지난달 25일 휴가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복귀, 군병원에서 의무 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음경훼손 5등급, 고환적출 5등급 장애 판정이 났다. 5등급 판정이 2개면 심신장애 3등급으로 분류, 전역심사위 회부 대상이다. 육군 관계자는 "이번 전역 결정은 변 하사가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 사유’와 무관하다"며 "수술에 따른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변 하사의 경우 ‘비(非)전공상(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분류, 퇴역 또는 제적 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퇴역으로 결정됐다. 퇴역은 병역의무를 완전히 마쳐 예비군 등의 의무가 없는 것이고, 제적은 병적에서 완전히 삭제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퇴역이 ‘명예 제대’라면 제적은 ‘불명예 제대’인 셈이다. 육군 측은 "변 하사가 병역 의무를 진 것은 인정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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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검정 통과 등 군복무 문제 없다"…인권위, ‘전역 결정 과정’ 조사 착수
반면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 복무하기에 부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체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군에서 실시하는 체력 검정에서 모두 통과했다"며 "특히 성별 정정 결심이 선 후부터는 주특기인 전차조종에서 기량이 늘어 지난해 초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조종’ A 성적을 받았다"고 했다. 변희수 하사 측은 인사소청과 행정소송 등 전역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육군이 자체적으로 전역심사위를 다시 열고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전역 결정이 바뀔 수 있다.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 전 처장은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군 임무 수행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다른 한쪽 유방도 함께 절제했다.

하지만 군은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근거 2006년 2급 장애 판정을 받은 피우진 중령에게 전역 명령을 내렸다. 피 전 처장은 "암 수술을 받고 나서 근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퇴역 처분은 부당하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고, 2008년 5월 복직 이듬해 퇴역했다.

이번 기회에 군 인사규칙에 복부 중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 하사를 지원하고 있는 군 인권센터는 "공동 대책위를 구성해 개인의 정체성과 군인의 충성심을 한 저울에 올려놓고 평가하는 야만적 군을 바꿔 내겠다"고 했다. 육군 측은 "병영생활 전반에 걸쳐 장병들의 인권과 기본권이 보장되고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겠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변 하사의 전역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변 하사 측은 지난 20일 국군수도병원이 변 하사가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장애로 판정하고, 전역심사위에 회부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진정도 제기했다. 국방부가 트렌스젠더 군인의 복무와 관련 법령, 규정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진정서에 기재했다. 인권위 측은 "변 하사의 전역과 상관없이 진정이 제기된 건에 대해서는 검토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역 결정 과정 전반을 살펴 보겠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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