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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설 특집 - 영화]‘기생충’과 겨루는 오스카 후보작, 챙겨보고 수상 가능성 점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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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매년 선정하는 아카데미상은 국내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다음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인들의 관심이 크다. 알다시피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은 대체적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충족하는 영화들이다. 바쁜 일상으로 작품상 후보작들을 못 봤다면 설연휴를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영화는 한국어 제목 가나다순.

올해 작품상 후보에는 회원으로 가입해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영화가 두 편 있다. 그중 하나는 <결혼 이야기>다. <오징어와 고래>(2005), <프란시스 하>(2012), <미스트리스 아메리카>(2015) 등으로 유명한 감독 노아 바움백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어벤져스’ 시리즈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과 ‘스타워즈’ 시리즈 ‘카일로 렌’ 애덤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이혼을 앞두고 거주지와 양육권으로 충돌하는 부부로 열연한다. 담백하면서도 힘 있는 생활밀착형 연기와 바움백 감독의 밀도 높은 이야기 전개, 특유의 유머 등이 돋보인다.

<기생충>은 장르적으로 구별하기 힘든 영화다.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지만, 중간중간 스릴러나 호러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드라마적 휴머니즘과 애잔함도 담겨 있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영화를 만들다보니 영화계에서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말도 나온다. <기생충>은 이야기·미장센 등 여러 면에서 봉 감독 전작들의 장점을 한데 모은 ‘완성형 봉준호 영화’다. 정재일 음악감독의 선율은 영화에 세련됨을 더한다. 조여정·최우식·박소담·이정은 등 배우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영화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정수가 담긴 영화다. 장르를 ‘스코세이지’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조금 더 범위가 넓다. 한국 나이로 79세인 스코세이지 감독은 <아이리시맨>을 통해 20세기 후반 갱스터 영화를 집대성, 정리했다. 감독뿐 아니라 로버트 드 니로·알 파치노·조 페시 등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살인청부업자의 고백을 바탕으로 쓴 책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 근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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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색깔이 뚜렷한 영화다. 전반적으로 블랙 코미디를 깔고 있지만 황당한 상황으로 웃음 유발, 과할 정도로 잔혹한 묘사 등 감독 특유의 요소가 풍부하게 담겼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한물간 스타, 그 스타의 대역인 스턴트맨을 연기한다. DC코믹스 시리즈 ‘할리 퀸’으로 유명한 마고 로비도 주연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영화도 1960년대 할리우드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조커>는 DC코믹스의 유명 캐릭터 ‘배트맨’의 숙적 조커 탄생기를 그린 영화다. 히어로물에서 비롯된 일종의 스핀오프 영화지만, 히어로물과 거리가 멀다.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며 파티 광대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한 인간이 점차 악당, 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코미디 영화 ‘행오버’ 시리즈로 유명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로, 악의 근원과 코미디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포드 V 페라리>는 올해 작품상 후보작(국내 미개봉 제외) 중 유일하게 남녀노소 볼 수 있는 12세 관람가 영화다. ‘지옥의 자동차 경주’ 르망24 우승을 놓치지 않던 페라리팀에 대항하는 포드팀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경주 장면이 많다. 그럼에도 장르를 액션이 아닌 드라마라 한 이유는 협소하게는 페라리, 조금 넓게는 포드, 더 넓게는 미국 사회의 가식에 맞서는 인간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로건>(2017)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했다. 주연은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다. 콧등 시큰한 감동 요소도 담겨 연휴용 가족영화에 가장 적합해 보인다.

가족영화가 적어 함께 보며 울고, 웃을 수 있는 두 편을 더 꼽았다. 올해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 <부재의 기억>과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 <클라우스>다. 세월호 참사 속 정부의 무능과 유족 등의 아픔을 오롯이 담은 <부재의 기억>은 유튜브에서 ‘In the Absence’를 검색하면 영문판을 감상할 수 있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판타지가 거의 없음에도 그 어떤 산타클로스 영화보다 큰 감동을 주는 <클라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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