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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우한 폐렴’ 확산 공포]환자 수 나흘 만에 8배 늘어…춘제 앞둔 중국 ‘방역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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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수준’ 대응 수위 격상…중국 내 확진자 수 500명 넘어

대만 이어 마카오·홍콩에서도 발병…중화권 전체로 번져

진원지 우한은 사실상 ‘봉쇄’…야생동물서 유래 공식 확인

경향신문

22일 인천국제공항 해외감염병 예방홍보센터 앞에 설치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여행자에 대한 검역 주의사항 안내 모니터 옆으로 여행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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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우한 폐렴’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우한 폐렴 대응 수위를 격상시켰다. 환자 수가 나흘 만에 8배 넘게 증가한 데다,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하는 춘제(중국 설)를 앞두고 있어 확산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 공식 발표보다 실제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리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 누적 확진자가 후베이성에서 444명으로 집계됐으며 사망자 수는 17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밤 현재 중국 전역에 확진자는 540명으로 늘어났다. 19일까지 발표된 우한 폐렴 환자 수는 62명이었지만, 나흘 새 8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대만에 이어 마카오, 홍콩에서도 이날 확진 환자가 확인되면서 우한 폐렴은 중화권 전체로 번졌다.

중국 정부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우한 폐렴을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해당하는 ‘을(乙)류’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대응책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갑(甲)류’ 전염병 수준으로 상향해 환자 격리 치료,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격리 관찰 등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2002년 말 중국 남부 지역에서 첫 발병 후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해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 때와 같은 수준의 대응이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 센터장 가오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한 화난) 수산시장에서 판매된 야생동물로 인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가 큰 박쥐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이자 중국 내 확진 환자 중 90%가량이 집중된 우한은 사실상 봉쇄됐다. 우한시 문화여유국은 시내 모든 여행사에 내달 8일까지 영업 잠정 중단과 단체관광 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우한에서 중국 각 지역과 다른 나라로 번진 상황이어서 늦장 대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산하에 고위급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2003년 사스 퇴치에 앞장섰던 원로 과학자들을 소집했다. 팀장을 맡은 중난산(84)은 2003년 광저우의과대학 부속 제1의원 근무 당시 193일간 302명의 환자를 치료해 93% 완치율을 기록했다. 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 연구를 이끈 리란쥐안(73)과 수도 사스방지지휘센터 고문이었던 청광(74)도 합류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최고의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는 우한 폐렴이 사스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가진 채 대규모 인파와 접촉하는 ‘슈퍼 전파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싱가포르의 전염병 전문가 피오트르 클레비키는 “공식 발표된 수치를 믿기 힘들다”며 “중국은 상황을 축소해 보고한 전력이 있고 실제 상황은 (공식 발표와) 완전히 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4일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지난 15일 퇴원한 우한의 왕캉은 베이징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은 보통 39도 정도를 유지했고, 가장 높을 때는 40~41도였다”면서 “몸에 힘이 없고 먹으면 바로 토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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