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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계타워] ‘용산공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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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새 랜드마크 ‘시민의 생명숲’으로 조성해야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는 거대 도시이다. 서울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명으로 미국 뉴욕(2050명)과 호주 시드니(2100명)의 8배, 일본 도쿄(4750명)의 3배나 될 정도로 과밀하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중심지인 서울에 그럴듯한 공원 하나 없는 것은 어쩌면 불행일 수 있다.

1840년대 뉴욕 맨해튼이 도시화로 인구가 늘어나자 시인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는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다면 100년 후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생길 것’이라며 도시계획가에게 대규모 공원 조성을 제안하고 회의론자를 설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덕분에 센트럴파크는 뉴욕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빌딩 숲에 갇혀 사는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뉴욕보다 더 과밀한 인구가 훨씬 바쁘게 살아가는 서울이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세계일보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서울에도 센터럴파크에 버금가는 공원을 만들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바로 용산 미군기지이다. 땅 한 평이 귀한 서울 한복판에 303만㎡ 규모의 부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110여년 만에 생긴 부지를 시민의 문화 및 생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2005년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국가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한 후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2027년 용산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한때 부처마다 문화시설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 알려져 ‘부서 간 나눠먹기’와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임대주택 건설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 공급 부족이기 때문에 직주근접이 탁월한 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건립하면 공급에 숨통이 트이고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일부에서는 신혼집이 없어 결혼을 미루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용산공원 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다. 서민과 신혼부부 대부분에게 서울 집값은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고 도심에 신규주택을 공급할 만한 부지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주장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그래도 용산 미군기지만큼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프레시디오공원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공원은 용산공원의 2배 면적(607만㎡)이며 200년 정도 군기지로 쓰이다 냉전시대 종식 이후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군 막사 등으로 쓰인 800여개의 건축물 중 역사적 가치가 떨어지고 공원관리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철거하고 절반 정도 남은 것을 재활용해 수익모델을 찾았고 공공지원 없이 연간 운영비 8000만달러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최근 프레시디오공원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이 외국 군대가 진주한 지 110여년 만에 국민에게 돌아오는 민족적 보물인 만큼, 프레시디오공원처럼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백년, 천년의 귀한 녹지중심의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훗날 푸른 숲의 용산공원은 임대주택 그 이상의 가치로 존재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시민의 생명숲’으로 조성돼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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