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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기소 의견 뭉개는 ‘정치검사’… 조직적 수사방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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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권력을 겨냥한 검찰수사가 곳곳에서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최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 발급 혐의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청와대 감찰무마 관련 혐의로 기소 재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신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고기영 서울동부지검장이 “기록을 더 검토해야 한다”며 뭉개고 있다고 한다. 최 비서관이 수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것도 이런 든든한 배경 때문인지 모른다. ‘조국 무혐의’ 발언으로 검찰 내 반발을 부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앉힌 최측근 인물들이다.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흐지부지하려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수사방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검찰은 범죄를 수사해 공소를 제기하는 기관이다. 수사만 하고 기소를 안 하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떳떳하다면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그래야만 “그러고도 네가 검사냐”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정부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대폭 줄이는 직제개편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늘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파헤치던 수사팀을 해체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검찰 무력화에 사활을 걸어온 정부가 자기편 사람들에 대한 기소를 미루면서 이 순간만 기다려온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담당 검사가 바뀌면 막바지에 접어든 수사라도 불기소로 전환될 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되지도, 처벌받지도 않는다면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이념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때마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 복귀에 시동을 걸었지만 시점이 고약하다. 정계 은퇴 입장을 밝힌 지 67일 만인 그제 여당 정강정책 방송연설 첫 출연자로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그 역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제라도 검찰 수사팀을 흔들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표로 개혁된 검찰의 모습”이냐는 진 전 교수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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