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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세금 살포로 떠받친 2% 성장,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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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에도 민간침체 여전 / 시장경제 흔들고 기업도 옥좨 / 경제실상 직시해 정책 바꿔야

세계일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한국은행은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 증가했다고 어제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고 잠재성장률(2.5∼2.6%)에도 밑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반기업 정책 기조가 빚어낸 참사라 할 만하다.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에 들어섰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2% 성장도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것이다. 성장 기여도에서 정부부문이 1.5%포인트로 민간부문(0.5%포인트)을 압도한다. 민간 투자·소비는 한기가 느껴진다. 고용시장은 세금으로 만든 임시직과 노인 일자리만 늘어났을 뿐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찾기 힘들다. 대규모 재정투입이 경기부양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국가부채만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딴소리만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고용의 ‘V’자 반등, 분배의 개선 흐름 전환, 성장률 2% 유지 등 국민경제를 대표하는 3대 지표에서 차선의 선방을 끌어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성과라고 했다. 경제를 보는 눈에 콩깍지가 씐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그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총이 “반시장적 정책의 상징적 조치”라고 비판하는 악성 규제를 담았다. 최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 등 5대 그룹 임원을 불러 모아 공동사업 과제를 내놓으라고 했다니 기가 찬다. 관치경제 발상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실장은 제2의 반도체가 될 만한 공동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재정중독 말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경제전망도 암울하다. 새해 들어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주요 실물경제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다. 대외여건 역시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성장을 비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권은 무차별 세금 살포로 4월 총선 승리에 ‘올인’할 태세다. 팽창재정 일변도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라살림만 거덜 낼 것이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로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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