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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유니콘 기업은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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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현재 11개인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2022년까지 30개 육성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정부가 작년 3월 '제2벤처 붐 확산 전략보고회의'에서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에 목표치를 10개 더 늘린 것이다.

미국 시장분석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430개로 미국 212개, 중국 101개, 영국 22개, 인도 18개, 독일 12개, 한국 11개 순이다. 2016년 말 200개도 안 되던 유니콘 기업이 3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유니콘 기업 육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제조업 중심만으로는 혁신과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시애틀의 경우 유니콘 기업 5곳이 둥지를 틀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성장률도 6.9%(2018년)를 기록해 미국 대도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은 말만 갖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유니콘 강국이 되려면 정부의 시혜성 지원이 아닌, 과감한 민간투자와 규제 및 진입장벽 해소 등 시장 친화적인 생태계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지난해 벤처기업 투자금액은 4조원에 육박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갓 생겨난 기업에 대한 투자나 유니콘으로 도약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Growth Capital)는 여전히 부족하다. 외국계 자본처럼 수천억 원씩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VC)이 많아져야 한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고, 규제도 사업이 공익과 충돌하지 않는 한 허용해주는 포괄적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대학이 기존 학문의 경계에 함몰되지 않고 전공간 벽 허물기와 재교육을 통해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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