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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사스처럼 박쥐서 발원”…미국도 뚫려 전세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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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다녀온 시애틀 입국자 양성

중국 정부 “폐렴 확진 환자 473명”

전문가 “1459명 추정” 축소 의혹 제기

“호흡기 전파,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

홍콩·마카오 첫 확진…중화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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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마카오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22일 홍콩 고속철 역에서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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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확산한 가운데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22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마찬가지로 박쥐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高福) 센터장은 이날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신종 바이러스는 우한의 해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균주(strain)’가 계속해 변형하며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폐렴 진원지로 지목한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에서는 해산물뿐 아니라 박쥐·뱀·닭 등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밤 기준으로 중국 내 신종 폐렴 확진자는 473명, 사망자는 9명이다.

가오 센터장은 또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 간에 매우 높은 유사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와 상동성이 8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전날 학술지 ‘중국 과학:생명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가 큰박쥐(fruit bat)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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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30대 미국 남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발표한 21일 프로비던스 지역 의료센터 응급실 앞에서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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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미지의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스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리빈(李斌) 부주임도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폐렴이 더 확산할 위험이 크다”며 “폐렴의 전파 경로는 주로 호흡기를 위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우선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 출입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은 “춘절(春節·설)에 500만 명의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이날 “특수한 일이 없으면 우한에 가지 맙시다” “우한 시민은 되도록 우한을 떠나지 맙시다”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외부에선 중국 보건당국이 발표한 것보다 훨씬 대규모 감염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SCMP는 22일 홍콩 최고의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위안궈융(袁國勇) 교수의 말을 인용해 “신종 폐렴이 2003년 사스 때처럼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37개국에서 8000여 명이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774명이 사망했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내 감염자 1343명과 다른 도시 감염자 116명을 포함해 중국 내 감염자가 이미 1459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중국, 우한 폐렴 사태 초기부터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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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21일 직원이 우한 여행객을 위한 예방조치 공지문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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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유행할 당시 WHO 아시아 지역 대변인을 지낸 피터 코딩리는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초기부터 거짓말을 했다”며 “사스 때 보였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스는 2002년 11월 16일 광둥성 포산(佛山) 지역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중국 언론은 2003년 1월 말 처음 보도했고, 중국 당국은 4월 10일에야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한국·일본·태국 등에서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미국에서도 우한에 다녀온 남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한을 여행한 뒤 지난 15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그는 폐렴 관련 뉴스를 접한 뒤 자신의 증상과 비슷하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의료당국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워싱턴주 에버렛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안정적인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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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확진자 발생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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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이어 홍콩, 마카오에서도 22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는 중화권 전체로 이미 퍼진 분위기다. SCMP는 선전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20일 저녁 홍콩에 도착한 중국인 남성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우한 시민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매체는 또 홍콩 당국이 미처 통지하기 전 그가 타고 온 열차가 다른 손님들을 태우고 홍콩을 떠나 추후에 방역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마카오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52세 여성이 우한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로 이동했고 19일 검문소를 거쳐 마카오에 도착했다. SCMP는 “이 여성은 도착 당시 발열 등 증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검역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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