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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글 중심] ‘리뷰 문학’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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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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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여편네를 순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돼지고기 구이를 배달해서 먹은 한 이용자의 글입니다. 한 배달 플랫폼에 남겨진 음식 주문 후기인데 조회 수 10만이 넘었고 1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지요. 식욕을 돋운 것은 물론, ‘유잼’(재미가 있다)이었기 때문. 진실인지 알 길은 없으나 이용자의 후기는 감성과 재치가 넘칩니다. “정초부터 마누라한테 이혼하자 소리 듣고 집에서 쫓겨나 쓸쓸히 모텔을 잡고…50분 걸린다던 배달은 25분 만에 뜨끈뜨끈한 김을 휘날리며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미리 사 둔 소맥과 항정 한 점을 씹는데…그 망할 놈의 여편네를 순간 잊을 수 있었습니다…400그램 세트를 시켰으나 밥이 하나만 오니 커플들은 밥을 하나 추가로 시키시고, 결혼은 절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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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글 중심 1/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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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진심이 전해진다” “우린 배달의 민족이면서 해학의 민족이다”라는 평가로 호응합니다. 재미와 홍보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이런 식의 글을 네티즌들은 ‘리뷰 문학’이라 부르더군요. 플랫폼 상위에 점포명을 노출하기 위해 점주들이 ‘후기 작성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소비자들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유머와 기발함이 문학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찬사가 잇따릅니다. “이 집 경찰에 신고하겠다. 마약 성분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예수 사진과 함께) 양이 너무 많아 5000명을 먹이고도 12 광주리가 남았습니다” 하는 식의 창작이 이어지네요. 그러나, 어두운 면도 나타나지요. ‘리뷰 대행 서비스’나 ‘화풀이 식 악성 리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진화하는 배달 서비스와 함께 변해갈 ‘리뷰 문학’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앱과 웹에 낀 플랫폼 노동자

배달원을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를 매개로 일하는 노동자)도 배달 문화의 그늘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월 평균 수입은 152만원. 임금종사자와 비슷하게 주 5.2일, 하루 평균 8.22시간 일하지만 월 소득은 최저임금(약 180만원)에 못 미치지요. 주문을 잡지 못하면 대기시간은 고스란히 ‘무급노동시간’이 되고요. 2주간 배달대행업을 체험한 네티즌은 “신호 지키고 인도로 안 다니면 돈을 못 번다”고 실상을 전하네요. 빠른 운전으로 돈을 많이 벌려면 교통 법규를 지킬 수 없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사람 스트레스 없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며 직업 특성상 감수해야 하는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글중심지기=윤서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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