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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조가 있는 아침] ④ 장안사(長安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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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장안사(長安寺)

이은상 (1903-1882)

장하던 금전벽우(金殿碧宇)

찬 재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 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노산 시조집

가곡왕 노산

삼국시대에 창건된 금강산 장안사. 고려 때는 원나라 순제의 황후 기씨가 전국 최고의 사찰로 화려하게 중건하였다 한다. 금으로 된 전각(金殿)이 푸른 하늘(碧宇) 아래 빛나던 그 웅장하던 모습이 몇 차례의 화재로 차디찬 재가 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중창을 거쳤으나 기황후가 봉안하였다는 1만 5천 불(佛)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흥망이 인간 세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산중에도 절이 지어지고 쓰러지는 흥망이 유수하니 더욱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시가 가장 많이 노래가 된 시인은 노산 이은상일 것이다. 가고파,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이 모두 그의 시조를 가사로 했다. 이 시조도 홍난파가 작곡해 1933년 작곡자의 작품집인 ‘조선가요작곡집’을 통해 발표되었다.

노산의 시조가 노래가 많이 된 까닭은 시의 탁월성 때문이겠지만 시조가 갖고 있는 기본 운율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시조는 당초 노래(唱)로 불리워졌다. 시조는 리듬을 갖춘 시이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형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1982년의 여름, 선생께서 위독하시단 말을 듣고 댁으로 찾아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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