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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다보스 현지 레터] 그린쇼크, 두려움 아닌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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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위스 취리히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다보스. 이번주 다보스는 세계경제포럼 때문에 차량으로 북적였다. 행사가 열리는 콩그레스센터 인근 '도심' 면적만 따지면 여의도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규모는 작은데 전 세계에서 한꺼번에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자 호텔 방값은 평소의 20배 이상 뛴다.

올해 이들이 모여 논의한 포럼 주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업이 주주들만이 아니라 직원이나 지역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 이슈인 환경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구호다. 세계경제포럼 측은 특히 기후변화를 현시대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고 이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는 탄소배출 증가다. 아직도 제조업 위주 경제인 한국으로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응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이런 거대한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휴대폰 보급 확산을 간과하면서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기업인 코닥과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존재를 무시했다가 존폐 위기에 놓인 대형 유통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인식 전환은 필수다.

이미 미국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디지털 거인'들이 다보스포럼을 앞둔 지난주부터 탄소배출 억제 노력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MS의 경우 탄소 제로 배출 목표를 이미 수년 전 달성한 데 이어 앞으로 10년 내 탄소 마이너스 배출 목표를 제시했다. 자사 기준 탄소배출량보다 저감량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다. 더더욱 MS는 10억달러 규모 환경펀드를 조성해 에너지나 탄소저감 유망기술 투자에 나설 태세다. 심지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같은 금융사도 환경친화 기업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동남아의 공유차량 서비스 회사인 그랩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그린쇼크'를 오히려 사업 확장 기회로 삼는 대표적 기업이다. 그랩은 운영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공해가 심한 동남아에서 탄소배출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티맵 같은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적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고 있다. 그랩은 환전이나 보험상품 판매를 모바일기기로 대체하면서 교통수단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전통적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통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고를 오히려 즐기고 있다. 현대차도 일반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받는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만에 다보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기술혁신과 비용절감을 통해 수소사회를 앞당기겠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의 빌 게이츠 이사장이 뽑은 10대 혁신기술 중 3개가 기후변화 관련 기술이다.

그는 자신이 조성한 투자펀드를 활용해 환경보호나 에너지 절약을 위한 혁신기술에 상당수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공고기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쇠고기 1㎏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오폐수나 사료 소비량은 콩 1㎏을 생산할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소로 만든 인공고기를 소비할 때 건강도 챙긴다. 일석이조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시장이 커지는 구조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그린쇼크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기회로 삼을 만하다. 산골인 다보스의 길거리를 요즘 걷다 보면 차량 매연 때문에 코를 막아야 하는 씁쓸함이 있지만 그린쇼크를 기회로 삼으라는 메시지는 적지 않은 위안이다.

[김명수 국차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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