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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우리가 훔쳤다” 23년 만에 용의자 등장…클림트 그림 도난 미스터리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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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갤러리에서 사라졌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왼쪽)이 22년 만에 갤러리 외벽 속 공간에서 발견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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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작품 '여인의 초상' 도난 사건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가 잡혔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고백 편지가 한 언론사로 전달되면서다.

21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북부 피아첸자 지역지 '리베르타'의 에르만노 마리아니 기자는 최근 신원이 불분명한 남성들로부터 편지 한 통 받았다.

이들은 편지에서 자신들이 1997년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미술관에 있던 여인의 초상을 훔쳐 보관해왔고, 4년 전 다시 미술관에 되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에는 피아첸차를 위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적었다.

편지 속 내용이 사실이라면 23년 만에 발견된 클림트 작품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것이다.

경찰은 추적 끝에 해당 편지를 쓴 남성 두 명을 찾아내 지난 17일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주 무대로 절도를 저질러온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범행 경위를 추궁하는 등 편지에 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변호인과 마리아니 기자는 "훔친 그림을 4년 전 건물 외벽에 되돌려 놓았다"는 용의자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물 외벽에서 발견됐음에도 그림의 상태가 양호했기 때문이다.

마리아니 기자는 "이들은 당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있으나 그 그림이 도난 이후 줄곧 그 외벽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는 아니지만 만약 20년 이상 그 벽 속에 있었다면 손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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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그림이 발견된 갤러리 건물의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인의 초상'은 1997년 2월 해당 미술관 내 전시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23년 만인 지난해 12월 해당 미술관 외벽 속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정원을 관리하던 인부가 담쟁이덩굴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이 그림은 미술관 건물 외벽 안쪽 공간에 놓인 검은 쓰레기봉투 안에서 발견했다.

확인 결과 '아르누보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1917년 그린 젊은 여인의 초상화였다.

23년 전 도난 사건 당시 경찰은 미술관 내 침입 흔적이 전혀 없어 그림과 범인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경찰은 범인이 미술관 천장에서 낚싯줄을 이용해 그림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범인은 당시 액자를 미술관 지붕에 남겨둔 채 그림만 빼 사라졌다. 경찰은 범인과 그림을 끝내 찾지 못했다.

그림이 회수된 배경도 의문투성이였다. 그림이 23년 동안 외벽 안에 있었던 것인지, 중간에 누군가가 그림을 넣어 놓은 것인지 의문과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며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지 미술계 안팎의 관심을 끈다.

편지가 기자에게 전달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초 그림이 미술관 외벽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직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작품 가치를 높이려는 미술관 내부 관계자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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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여인의 초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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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 미술품 감정 전문기관은 지난 17일 정밀 감정 결과 해당 그림이 클림트가 1917년 그린 진품이라고 확인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말년인 1916∼1918년 사이 완성한 여러 개의 여인 초상화 가운데 하나로, 갈색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 수줍은듯한 표정으로 진녹색의 배경 속에 묘사돼있다.

시가로 6000만∼1억 유로(약 773억∼1288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미술계에선 평가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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