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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독자파병 결정한 한국 정부···이란이 배 진짜 세우면 어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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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독자 파병으로 일단락됐지만, 현지 비상상황에 대비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파병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가장 좁은 구간은 이란의 영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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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 모습. 사진은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는 모습. [사진 해군작전 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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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라크, 쿠웨이트 등 산유국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이 자국 영해를 지나는 제3국 상선이나 유조선 등 민간 선박들을 트집 잡아 멈춰 세울 가능성은 있다.

이라크 등에서 친이란 세력들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타격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청해부대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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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중앙포토]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인지, 직접 들어갈 것인지, 호위연합체나 제3국을 통해 이란과 협상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채널과 가동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Q : 이란이 한국 상선이나 군함에 도발할 가능성은.

A :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영해를 지나는 제3국 선박에 대해 연안국의 권리를 주장하며 검색 등을 이유로 배를 세울 수 있다. 선택적 도발에 나서는 거다. 해당국에는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Q : - 한국이 친이란 대리 세력들의 표적이 될 우려도 있다고 보나.

“이란 정부의 컨트롤에서 벗어나 있는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들이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죽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타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 자체보다는 이라크에 아무래도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이라크에 한국 교민도 많고 건설 프로젝트도 많다”

Q : - 일본과 달리 이란에 사전 정지 작업이 안 이뤄진 것 아닌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자위대 파병을 각의에서 의결하기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직접 파병 방침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일본은 중동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한국도 이제 채널을 총동원해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고위급 레벨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의 인적 교류는 한국도 일본 못지않다. 이란은 한국이 수출한 백색가전, 자동차, 휴대전화 등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정무적인 채널을 가동하면서 공공외교에도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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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가 독자적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파견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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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교부도 추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방 세력이나 대리 세력이 중앙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 있어서 교민 안전확보 계획을 논의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자 이듬해 현지 이슬람 무장단체가 김선일씨를 납치해 한국 정부에 파병 철회를 요구하면서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 이라크에는 1600여 명, 이란에는 290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한ㆍ이란 고위급 교류는 지난달 11월 주이란·이라크 대사를 지낸 송웅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가 이란을 방문해 경제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특사 파견 계획 등에 대해 “당연히 한· 이란 관계를 잘 관리해나가자는 게 우리 입장이기 때문에 양국 간 인사 교류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건 없다”고 전했다.

◇이란, “한국, 페르시아만 명칭도 제대로 몰라”=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아덴에 있는 함대 일부를 이 지역으로 파견하길 원한다고 우리측에게 알려 왔다”며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무사비 대변인은 또 “한국 국방부는 페르시아만의 역사적인 명칭조차 알지 못하면서 무슨 지식과 정당성으로 군대를 보내는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국 국방부가 21일 파병을 발표하면서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된다”고 발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표기를 주장해왔고,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과 사우디 등은 ‘페르시아만’ 대신 ‘아라비아만’으로 표기하면서 이란을 자극해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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