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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에서] 라임 사태, 모두가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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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본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투자 문화가 뒤따라오기도 전에 규제가 성급하게 앞서나간 거죠.”

얼마 전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금을 다단계식으로 모아 펀드에 돌려막기하고,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결국 라임은 1조7000억원가량 환매 연기를 밝혀 수천명의 투자자들이 원금손실 위험에 처해있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게 된 원인은 이 사태와 연관돼있는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 각자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선 데 있다. 2015년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규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됐는데 시장참여자들의 의식은 그에 한참 못미쳤 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라임은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감추고, 당초 계약과는 다른 곳에 자산을 투자하는가 하면, 펀드수익률을 조작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자산운용의 구조 역시 자펀드를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으로 만들어 놓고서도 자펀드가 투자하는 곳은 만기가 긴 장기자산으로 해 환매요청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결국 기존 고객의 환매요청에 새 펀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돌려막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운용사의 이러한 일탈을 견제하고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야 할 판매사 역시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 특히 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를 반복했다.

우리은행은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선취수수료를 많이 받으려 만기가 짧은 펀드 위주로 판매를 진행해 자산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문제가 컸다. 신한은행은 최근 추가로 환매 연기 예고가 된 크레디트 인슈어드(CI) 펀드를 판매하면서 계약서와 제안서상 적시된 펀드투자대상이 다름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원금손실이 가능한 고위험상품을 안전한 상품이라며 팔았다는 불완전판매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은행에 수억원의 거액을 맡기면서 주의를 기울이는데 소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오랫동안 거래해온 은행을 신뢰했다고는 하지만,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서류 하나 받은 것 없이 계약했다고 하소연하는 것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모펀드는 규제가 적어 자유롭게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

급기야 화살은 규제를 풀어준 당국에게로 쏠린다. 당국도 그간의 규제 완화 기조를 바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모험자본 활성화에 대한 요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라임 사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과제지만 사모펀드에 얼마만큼의 규제와 자유를 줘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사모펀드 시장과 참여자들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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