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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카오가 온다" 증권사들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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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카카오페이 바로투자증권 인수 승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증권업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바로투자증권의 자본금 규모가 작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카카오의 플랫폼 접근성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리테일 부문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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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5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전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심사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계약 체결 당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ㆍ펀드ㆍ부동산 등의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증선위 심사가 중단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최근 5년간 금융회사 대주주의 경우 금융 관련 법령ㆍ공정거래법ㆍ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현재 카카오는 계열사 카카오뱅크가 2017년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으면서 간편결제, 송금, 인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바로투자증권 인수까지 완료하게 되면서 카카오는 투자중개와 금융상품 직접 판매 영역까지 금융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로 증권시장의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오더라도 이제는 더이상 크게 위협은 안 된다. 은행업은 적금, 마이너스 통장 등 실제 삶의 편의성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만 주식을 하는 인구가 은행거래 인구 만큼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고객점유율 차원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가뜩이나 증권사 수수료도 낮아진 상황인데 점유율까지 빼앗기게 되면 제 살 뜯어먹기 경쟁이 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개인 소비자를 기반으로 영업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력과 크로스셀링이 가능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은행상품,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도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증권업 진출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2019년 1분기 10조6000억원, 2분기 11조4000억원, 3분기 12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바로투자증권 CMA와 연동한 트레이딩시스템(카카오머니 계좌를 증권 CMA 계좌와 연동해 해외주식, 채권, 펀드 등 트레이딩)은 바로투자증권 인수 타결 시 곧바로 론칭할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는 완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저가 수수료 정책 펼치면 개인투자자 점유율이 가장 큰 증권사에는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톡의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영업전략을 펼칠 수 있어 증권업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의 접근성이 막강해 리테일에서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투자상품으로는 기존 증권사들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손쉽게 접근 가능한 환매조건부채권(RP)과 같은 단기금융상품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경쟁력을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과 투자금액이 많이 소요된다. 수익이 늘기 위해서는 증권사서 신용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바로투자증권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시스템 개발과 전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시간과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일단은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자산관리쪽에 우선 무게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기존 증권회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되지는 않지만, 증권사들의 온라인 전략 방향에 대해서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판단된다"며 "카카오뱅크 출시 이후 시중은행들의 온라인 뱅킹 간편화 바람을 불러온 것처럼 증권업계도 카카오증권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하지 않을까 본다"고 전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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