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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망자만 17명·지구 반대편서도 '의심환자'…늑장대응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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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건당국이 ‘우한(武漢) 폐렴’의 무서운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23일 우한시 전면 봉쇄조치를 발표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1일 첫 환자 발견 이후 23일 만에 사망자만 17명에 이르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당국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온 데 이어 지구 반대편이나 다름없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까지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가 전염병 확산 방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실정이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후베이(湖北)성 성도(省都)인 우한에 대중교통 운행 금지 등 봉쇄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해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성도급 도시가 전면 봉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환구시보)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부 내륙의 ‘교통 허브’로 불리는 인구 1100만명의 우한시를 꽁꽁 막아야 할 만큼 심각한 사태로 판단한 것이다.

우한시 정부는 이날 새벽 성명을 통해 “오전 10시를 기해 교통이 통제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전날 밤부터 ‘봉쇄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식이 온라인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우한 내 기차역과 공항은 이 지역을 탈출하려는 주민들과 외지인들로 북새통을 연출했다.

허난(河南)성이 고향인 추이씨는 이날 한커우(漢口) 기차역 대합실에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22일 밤 11시30분부터 온라인 앱으로 기차표를 구매할 수 없어서 역으로 달려 나와 간신히 표를 구했다”면서 “한두 달 동안 우한에 갇혀 있을 수 없어 탈출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우한에 남은 외지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이미 200만~3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났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한다는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이미 귀향·여행길에 오른 사람들과 폐렴 확산이 두려워 도시를 탈출한 인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국의 뒤늦은 봉쇄령을 두고 ‘늑장 대응’ ‘뒷북 행정’을 질타하는 안팎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이날 “대중교통을 중단시키면 자가용 없는 폐렴 환자는 어떻게 병원에 가란 말이냐” “고향에 갈 사람은 다 떠났는데 왜 이제서야 봉쇄하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산 속도는 이미 봉쇄령만으로 진정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2일 24시 기준으로 공식 발표한 우한 폐렴 확진자 수는 중국 본토에서 571명인데, 이 가운데 95명이 중태다. 22일 하루에만 중국 24개 성에서 131명이 새로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1일까지 9명이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 수는 이날 17명으로 급증했다. 사망자는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지만, 53세 남성과 48세 여성도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한을 다녀온 미국인 여행객이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데 이어 22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국 상하이를 다녀온 감염 의심 환자 2명이 입원해 검사를 받고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중국을 다녀온 의심 환자들이 각각 고열과 구토 등 ‘우한 폐렴’ 유사 증세를 보여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2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긴급위원회를 소집했지만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3일로 발표를 미뤘다. PHEIC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등 역대 다섯 차례 선포된 바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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