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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그리스 첫여성 대통령 사켈라로풀루 누구?… 인권 중시 판사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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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정교회 관례 깨기도

난민 아동 보호 외친 인권통

뉴시스

[아테네=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63) 최고행정법원장 겸 국가협의회 의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그리스 의회는 재적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261표로 사켈라로풀루를 차기 대통령으로 승인했다. 2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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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그리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18개 정부 부처 중 여성 장관이 단 1명 뿐인 국가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이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재적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261표로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63) 최고행정법원장 겸 국가협의회 의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승인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사켈라로풀루의 대통령 승인은) 미래로 향하는 그리스의 창구"라며 "우리나라는 더욱 긍정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고 환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그리스가 새로운 평등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축하했다.

사켈라로풀루는 환경 및 헌법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 출생인 그는 대법원 법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 법조인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에는 그리스 시민들의 신분증에 종교 사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강하게 찬성하며 유럽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그리스는 개인의 신분증에 종교를 표기하도록 했다. 그리스인의 97%가 그리스 정교회 신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분증에 '정교회'라는 글자를 박아넣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그리스 정교회 대변인은 "정교회에 소속되는 것은 그리스인이 된다는 의미"라는 발언을 하며 이같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는 "그리스가 정교회를 과하게 보호하고, 종교의 자유를 압박한다"며 이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보수 정치단체과 그리스 사회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었다.

사켈라로풀루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종교 사항 삭제에 앞장섰다.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관례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그리스 난민사태가 터졌을 때도 사켈라로풀루는 난민 아동에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소속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는 그를 "인권 분야에서 매우 특출한 판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특정 정당과는 연이 없어 정계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불렸다.

뉴시스

[아테네=AP/뉴시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2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재적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261표로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63) 최고행정법원장 겸 국가협의회 의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승인했다. 20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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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초타키스 총리가 노린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15일 미초타키스 총리는 사켈라로풀루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명하며 여성이자 특정 정당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켈라로풀루의 임명은 내각에 여성 인사가 부족하다는 국제적 비난에 맞서는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졸업을 앞둔 그리스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미초타키스 총리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그리스의 18명 장관 중 여성은 단 한 명이다. 내각을 통틀어도 고위급 직책을 맡은 여성은 5명 뿐이다. 지난 7월 미초타키스 내각이 들어선 뒤 이로 인한 비난도 이어졌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의 성임금격자는 12%로 EU 평균을 한참 윗돈다. 성평등지수도 EU 내에서 가장 낮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사켈라로풀루를 지명하며 "그리스의 변화는 위에서 시작하겠다"며 "그리스 여성은 그들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한 그리스의 여론도 긍정적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그리스 여론조사기관 MRB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는 미초타키스 총리의 사켈라로풀루 지명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의원내각제인 그리스에서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사켈라로풀루는 3월13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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