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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무부 "시기·방식 검토중"… 감찰 카드로 윤석열 밀어내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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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폭주]

조국 자녀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한 혐의 최강욱 기소 놓고 충돌

尹총장, 3차례나 崔 기소 지시… 이성윤 지검장이 이행 안해

검찰 "崔, 정경심에 '이 서류가 합격에 도움되면 좋겠다' 말해"

23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청와대·법무부와 검찰은 격렬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3일 오전 11시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부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현 정권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을 대거 교체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발표한 지 1시간 20분 만이었다. 이날 인사에서 '조국 비리' 수사를 지휘해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그 휘하의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은 모두 교체됐다. 수사팀이 최강욱 기소로 맞불을 놓은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최 비서관 기소 소식이 퍼지자 검사들 사이에선 "이성윤 지검장이 기소를 허락했을 리 없다"는 말이 퍼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로 현 정권 들어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 '친문(親文) 검사'로 꼽힌다. 실제 최 비서관 기소를 결재한 사람은 이 지검장이 아니라 송경호 3차장이었다. 최 비서관 같은 '주요 피의자'의 기소를 검사장 재가 없이 그 밑의 차장이 결재하는 건 이례적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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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의 결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주례 보고' 자리에서 이 지검장과 만났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최 비서관을 즉시 기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은 수사팀에 아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

대검으로부터 윤 총장 '지시 사항'을 전해 들은 수사팀은 이날 오후 이 지검장의 집무실로 올라가 "최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과 진술이 충분하다"며 그의 기소를 재가해 달라고 했다. 수사팀은 이날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 머물며 이 지검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윤 총장도 다시 이 지검장에게 전화해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검장은 듣지 않고 어딘가와 장시간 통화를 한 뒤 이날 밤 10시 퇴근해버렸다. 윤 총장은 이후에도 이 지검장에게 전화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검찰총장의 3차례 지시를 이 지검장이 모두 거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 총장이 송 차장에게 직접 '최강욱 기소'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검과 수사팀 안에선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의 지시도 무시하고 조국 사건을 수사한 검찰 간부들이 23일 인사에서 바뀔 때까지 기소 결정을 뭉개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수사팀은 23일 오전 이 지검장에게 "검찰총장과 수사팀의 의견이 같다.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이를 듣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최 비서관은 이날 오후 6시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을 맹공격했다. 그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막연히 자신들의 인사 불이익을 전제하고 보복적 차원의 기소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최 비서관을 기소한 '조국 비리' 수사팀의 중간 간부를 대거 교체한 것을 보복하려고 자기를 재판에 넘겼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성윤) 검사장의 (기소) 결재권 박탈이 이루어진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이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 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1시간 뒤인 오후 7시 실제 법무부는 최 비서관 기소를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하며 "관련자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고, 감찰을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이 지검장이 똑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대검은 25분 뒤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비서관 기소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수사팀 내에선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중에서 누가 직권을 남용하고 검찰청법을 위반했는지 특검(特檢)을 통해 규명하자"는 말이 나왔다. 복수의 검사들은 특히 이 지검장이 전날 밤 사무실에서 청와대 측과 통화한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평검사는 "수사팀이 이 지검장 승인 없이 기소를 한 게 잘못이라면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3차례 기소 지시를 무시한 건 더 큰 잘못"이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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