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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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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vs 靑출신… '眞文 경쟁' 불붙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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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출신 일부 與지역구에 도전장

文대통령과 인연만 내세워도 경선 '해볼만한 싸움'이라 판단

해당 의원들 "왜 나를…" 반발… 새누리당 '眞朴 경쟁' 다시보는 듯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나도 친문(親文)인데 왜 낙하산을 내려 보냈느냐"며 청와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내걸며 '문재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2016년 새누리당의 '진박(眞朴) 경쟁'처럼 이번에는 여당에서 '진문(眞文) 경쟁'이 재현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는 70여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민주당 현역이 있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승희 의원의 서울 성북갑에는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강병원 의원의 서울 은평을에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고용진 의원의 서울 노원갑에 유송화 전 춘추관장이 출마했다. 김영배, 김우영 전 비서관은 그 지역 구청장도 지냈다. 서영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중랑갑에는 장환석 전 행정관, 김병기 의원의 서울 동작갑에 김성진 전 사회혁신비서관, 김빈 전 행정관, 김한정 의원의 경기 남양주을에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안민석 의원의 경기 오산에 여선웅 전 행정관 등이 출사표를 냈다. 골수 친문(親文)이 아니거나 지역 기반이 아직 약한 초·재선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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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들은 보통 민주당 현역 의원이 없는 곳에 출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현역과 경선에서 맞붙으면 이길 가능성이 작은 데다 '정치적 도의'란 측면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출신 후보들은 현역 의원과의 경쟁을 자원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치러진다. 정치 신인은 가산점도 받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문 대통령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근무 이력만 내세워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들은 경선을 앞두고 "내가 진문이 아니라서 그러느냐" "민주당에 반문(反文)이 어디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초선인 김한정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청와대에서 왔다면서 돌연 등장한 분과 공천을 다퉈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분은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내걸었다"고 했다. 상대인 김봉준 전 비서관은 "청와대 국정 경험과 풍부한 중앙정부 네트워크로 남양주 발전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경력을 내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김 의원은 "나도 노무현을 지지했고, 문재인 당선에 앞장섰다"며 "낙하산이건 '공수부대'건 대통령 뜻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출신과 맞붙게 된 한 초선 의원도 "출마하겠다며 양해해 달라는 전화도 한 통 없더라"며 "자유한국당 등 야당 현역이 있는 곳에 가서 1석이라도 더 얻을 생각을 해야지, 4년 전 어렵게 당선된 내 지역으로 오는 건 명분이 없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정치적으로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면서 "청와대 누구랑 친하다는 등의 말들로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다.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해도 "왜 내가"라는 항변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출신들도 "출마는 자유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누가 더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인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한 후보는 "지역구에 침 발라놓은 것도 아니고 여러 판단을 해서 출마를 결정한 것인데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 배후설'과 무관한 개인의 독자적 결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후보들의 지역구 선택과 관련해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경선이 원칙이기 때문에 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2016년 우리도 '야당 복' 때문에 압승할 줄 알고 '진박' 경쟁하다가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했다"며 민주당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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