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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강욱 "피의자로 기재 안됐다"며 공개한 출석요구서, 피의자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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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변호사 출신, 몰랐을리 없어”

공소장엔 “최, 인턴서류 정경심 주며

아들 합격 도움되면 좋겠다 말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찰로부터 받은 출석 요구서 실물 3장을 공개하며 “이 서류에 자신이 피의자로 기재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법에 금지된 ‘압박용’ 출석 요구서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공개된 출석 요구서는 검찰사무규칙에 따라 모든 피의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용되는 기본 양식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피의자용 출석 요구서’ 양식을 받아놓고 “피의자인 줄 몰랐다”고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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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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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최 비서관 측 하주희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와 올해 최 비서관이 수령한 출석 요구서 원본을 공개했다.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과 16일, 올해 1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최 비서관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이 요구한 소환 조사 일시는 각각 지난해 12월 12일과 20일, 올해 1월 8일이었다.



"'피의' 단어 없어서 피의자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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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측은 본인이 수령했던 출석 요구 통지서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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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비서관은 입장문을 통해 “(출석 요구서를 받는) 그 과정에서 저를 피의자로 기재하였거나 입건하여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일반적인 출석 요구서와 자신에게 통지된 서면 내용의 일부가 다르다는 것이다.

‘검찰사무규칙’에 공식 첨부된 피의자용 출석 요구서 서문은 “귀하에 대한 OO법 위반 피의사건에 관하여”로 시작한다. 그런데 최 비서관에게 통보된 출석 요구서 서문에는 ‘피의’ 단어가 빠지고 “귀하에 대한 업무방해 등 사건에 관하여”로만 적시됐다는 것이다. 최 비서관 측은 사건번호란에 검찰이 입건되지 않은 사건에 부여하는 '수제' 번호가 기재돼 있을 뿐, 입건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형제' 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애초에 피의자와 참고인 양식 달라



하지만 검찰의 설명은 다르다. 문서 수령자가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여부는 해당 양식 서문에 ‘피의’라는 단어 하나로 결정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문의 피의라는 단어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사건에 따라 해당 단어가 빠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검찰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와 참고인에게 발송되는 서면의 양식 자체가 다르다. ‘피의자용 출석 요구서’에는 죄명과 더불어 혐의 사실이 간단히 적시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제200조 2항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변호인의 조력을 명시한 미란다 원칙도 기재된다.

최 비서관이 공개한 출석 요구서에도 그가 받는 간단한 혐의 사실과 체포 경고, 미란다 원칙이 들어 있다. 반면 참고인용 출석 요구서 양식은 제목에 ‘참고인출석요구서’라 명시되어 있으며, 위와 같은 내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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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법령정보센터 검찰사무규칙에 공개된 피의자용(위)과 참고인용(아래) 출석 요구서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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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최 비서관 소환장에 ‘수제’ 번호가 적힌 것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수제번호와 형제번호 모두 피의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조사를 하거나 계좌 추적을 하는 등의 초동 수사를 할 때는 ‘수사 사건’으로 등재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이후나 체포, 주거지 압수수색 등 더 고강도의 수사를 할 때 비로소 입건이 되는 것”이라며 “당시는 최 비서관이 조사를 받기 전이므로 수제 번호가 부여된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라면 모를 수 없다"



최 비서관은 출석 통지서에 “체포 운운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참고인 압박용”이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해당 내용을 기재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오히려 본인이 받은 통지서가 피의자용 출석 요구서가 맞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지청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조인이라면 통지서만 받아보고도 피의자용인지 참고인용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며 “변호사 출신인 최 비서관이 자신이 참고인 신분인지, 피의자 신분인지조차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박사라ㆍ김민상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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