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청·여권 수사 차장검사 전면 교체...‘윤석열 체제’ 와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무부, 검찰 중간간부 대규모 인사

중앙지검 1∼4차장 모두 바꿔

‘유재수 총괄’ 동부지검 차장도

실무 수사 부장들은 일부 잔류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23일 모두 759명에 이르는 대규모 중간간부 인사를 냈다. 청와대·여권 수사를 이끌던 차장검사가 전면 교체되면서 관련 수사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립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의 의미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공식적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7~8월 윤 총장 라인이 대거 승진한 검찰 인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고검검사급 검사 257명, 일반 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2월3일에 단행된다. 청와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팀 등을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 검사는 모두 교체됐다.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이끈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2차장은 평택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를 총괄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천안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좌천성 인사로 평가된다.

신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정현 서울서부지검 차장, 2차장은 이근수 방위사업감독관, 3차장은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이 맡는다. 4차장엔 김욱준 순천지청장이 임명됐다.

청와대·여권의 실무 수사팀을 이끄는 부장검사들은 일부 잔류했다.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맡은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과 ‘유재수 감찰 무마’를 수사하는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유임됐다. 반면 ‘조국 일가 비리’를 수사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이동한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등을 수사하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장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직함만 바뀐 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윤 총장이 잔류를 요구했던 대검찰청 중간간부도 대거 이동했다. 심재철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며 항의한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한 임현 공공수사정책관도 대전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지난 6개월에 걸쳐 조 전 장관과 청와대를 겨눈 수사진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에 이어 윤 총장의 중간급 측근들을 인사해 그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무부는 그동안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추미애식 탕평 인사’를 넣어 검찰 내부 불만과 여론의 비판 소지를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인사 이후 큰 분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윤 총장 취임 직후 구축됐던 ‘친정체제’는 이날 인사로 사실상 와해됐다. 법무부는 대검 반부패 선임연구관과 공공수사정책관, 그 아래 과장들을 전부 교체했다. 주요 수사를 맡는 서울중앙지검의 1·2·3차장도 윤 총장과 인연이 적거나 전공이 아닌 이들로 교체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두곳을 남긴 반부패수사1·2부장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인맥’이 배치됐다.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가 윤 총장의 ‘손’을 잘랐다면, 이번 인사는 ‘발’을 제거한 셈이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실무 책임인 담당 부장들은 유임했으나, 그들 역시 검사장과 차장검사가 교체돼 ‘고립’된 상태에 놓였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총장도 수사 내용을 알아야 지휘를 할 텐데, 보고가 부실하거나 누락되면 방법이 없다”며 “윤 총장이 가시울타리에 갇힌 유배자처럼 ‘위리안치’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면서 나머지 인사는 타협과 절충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를 겨눴던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은 무난한 자리로 보내 ‘보복 인사’ 논란을 피해 갔고, 현안 수사팀의 부장들은 그대로 뒀다. ‘수사팀 해체’라는 비난 가능성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간판을 바꿔 단 ‘삼성바이오’ 수사의 부서장, 사법 농단 재판 공소유지 부서장 등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직에 있던 이들을 대거 대검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재경 지검에 배치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반년 만에 또 옮기게 된 점은 유감스럽지만, ‘누구 사단 또는 특수가 독식했네’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게끔 법무부가 상당히 고심해서 인사를 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자평한 법무부 설명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앞서 2년 반 동안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개혁이라며 강행한 인사를 인제 와서 비정상이었다고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대검 사이 분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대검 과장급들만은 남겨달라”는 윤 총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통상적인 인사에서 총장 직할인 대검 간부진은 총장의 의사를 많이 반영했고, 이런 관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19년 인사에서도 지켜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난번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 협의가 배제됐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면 법무부와 대검의 긴장 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철 박준용 기자 hckang@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