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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위해 25㎏ 찌운 이희준… "감독님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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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 역 이희준 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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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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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내용이 나옵니다.

"처음 감독님이 저에게 제안하실 때는 살찌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모티프가 된 인물이 덩치가 있기 때문에… (감독님은) 살찌울 필요 없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살을 찌우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제 몸매도 너무 병헌이 형이랑 겹치고 그래가지고 좀… (일동 웃음) 다른 식으로 해 봐야겠다 싶어서 '감독님, 아무래도 찌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했죠. 나중에 감독님이 희준 씨가 이렇게 스스로 말할 걸 다 알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땐 강요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웃음) 실컷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찌웠습니다. 그렇게 죄책감 없이 먹은 게 언제인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에서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연기한 이희준은 이번 영화를 위해 25㎏이나 증량했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TV에서 봐 온 호리호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큰 키와 살집 있는 몸이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이희준이 '남산의 부장들' 안에 있었다. 언론 시사회 때부터 본인의 증량에 우민호 감독의 계획이 있었다고 말한 이희준은, 지난 16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같은 답을 내놨다.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뭔가 '덩어리'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왔고, 살을 찌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언제나 체중과 몸매 관리를 해 오다가 작품을 위해 살을 갑자기 찌우려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체중이 늘면서 몸을 움직이는 연기의 태가 달라졌다. 짧은 대사인데도 숨이 차서 호흡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었고, 걸어가는 자세에서도 웃음을 유발했다.

◇ "진짜 멋있는 거 하나 있다"라는 제안, 너무 재미있었던 대본

이희준은 우민호 감독의 전작 '마약왕' 마지막 촬영 때 '남산의 부장들' 출연을 제안받았다. 촬영을 마쳤는데 우 감독이 하루 더 있자고 했고 그때 "'남산의 부장들'이라고 진짜 멋있는 게 있다. 같이 하자"라는 말을 들었다. 이희준은 "대본 봤을 때 너무 재미있었는데, 이 선배님들과는 꼭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작품도, 같이 하는 사람들도 좋았으나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곽상천 역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희준은 "제가 곽상천이 이해가 안 됐다"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왜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캄보디아 그 대사는 정말 와…! 전 제가 이해 안 되면 못 하는 배우라 '이거 어떻게 말하지? 어떻게 확신 있게 말하지? 진짜 이렇게 믿고 있나?'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곽상천은 1979년 박정희 정권 당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권세를 뽐내던 차지철 경호실장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이희준은 다양한 입장의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곽상천이 극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그는 "병헌이 형(김규평 역)을 화나게 하고,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걸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제 캐릭터가 한 번도 읊조리는 대사가 없거든요. 다 지르는 대사라. (웃음) 어떻게 보면 심플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평소에 제가 제안받았던 역할은 레이어가 있어요. 캐릭터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걸 즐기는 편인데 이번 캐릭터에서는 그 레이어를 제거하는 게 어려웠어요. 만약 각하(이성민 분) 눈치를 살핀다거나 의문이 있다거나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충정을 가지고 믿고 따르는, 사심 없는 걸 위해서 (캐릭터의) 레이어를 많이 제거했어요. 하면서도 어색했죠. (이병헌) 선배님한테 '똑바로 안 해?'라고 하잖아요. 초반에는 집에 갈 때 '아, 여기까지만 해도 되나? 나 너무 심플하게 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게 이 극에선 필요하고 이 인물은 그래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밀어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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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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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어느 작품이나 하지만, 이번 '남산의 부장들'은 그 고민이 가장 길었던 작품이었다. 내린 결론은 '곽상천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 이희준은 "그 캐릭터가 보기에는 모든 나라가 그런 걸(시행착오) 겪어서 (민주화로) 가고, (그때 갈등이) 아주 당연한 과정인데 왜 딴죽을 거냐는 식이었을 것 같다. 일체의 사심 없이 정말 이건 필요하니까. 그게 사실 무서운 것"이라고 바라봤다.

'남산의 부장들'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의 이야기여서, 그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곽상천에게 포커싱이 되지는 않았다. 인물의 내면 묘사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희준은 어떻게 곽상천을 관객 앞에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내놓으려고 노력했을까.

질문을 듣자마자 이희준은 "이병헌 선배님 마지막 차 안에서의 클로즈업이 너무 좋았다. '어디로 갈까요' 이때! 와… 도청할 때도 그렇고. 아마 곽상천의 클로즈업이 있었다면 저도 (잘 표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각하가 국가다"라는 말이 곽상천이란 인물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말에 "그때 딱 (클로즈업이) 들어왔어야 하는데…"라고 말해 다시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포커싱은 되지 않았지만 배우로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그런 것들이었어요. (곽상천이) 뭘 믿고 있고 어떻게 해서 믿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죠.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사심 없이, 개인의 권력욕 없이, 각하의 불편함 없이 각하의 의중을 미리 알아서 잘하려고 했던 인물이라고 봐요. 만약 곽상천이라는 인물이 내 앞에 있다면 '대통령 될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물을 텐데 전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눌러버리거나 없애버렸을 것 같아요. 그런 믿음을 가졌던 인물이 아닐까요. 그런 믿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저한텐 되게 중요했어요. 어떤 일을 겪어서 각하를 이렇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고 있을까 하는 걸 구축하는 데 가장 애를 썼어요. 보일지 안 보일진 잘 모르겠지만요."

◇ 결과적으로는 정말 재미있었던 체중 늘리기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희준의 증량이었다. 그는 곽상천 역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25㎏이나 살을 찌웠다. 이희준은 "대본을 봤을 때 얘가 대사도 계속 소리 지르는 거고, 경호실장이기도 해서 뭔가 덩어리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확 왔다. 감독님은 '희준 씨 절대 찌울 필요 없어요. 나는 희준 씨 연기가 좋으니까. 찌우면 좋지만 감독이 배우한테 찌우라고 말하는 거 진짜 아닌 거 같아'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제가 대본 보자마자 직접 찌우겠다고 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 다 계획이 있으셨다"라며 웃었다.

이희준은 곽상천을 보고 '하나만 믿는, 우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덩어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평소 체형으로) 슬림하게 날카롭게 연기했으면 좀 심심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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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 역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25㎏이나 찌웠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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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게 더 간단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배가 '이만~큼' 나온다는 게 심리적으로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희준은 "어느 순간 심리적 허락이 되고 나서부터는 선배님들하고 술자리를 해도 안주를 끊임없이 먹었다.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초반 곽상천 때랑 후반에 똑같은 정장 입었는데 터질 것 같았다. 몸무게를 딱 유지할 수는 없지 않나. 더 올라가더라. 이게(옷이) 엄청 타이트해졌다"라고 전했다.

몸이 커지니 몸짓의 느낌도 확연히 달라졌다. 걷거나 뛰는 폼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이희준은 "허벅지가 안 붙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즐기게 된 부분도 있다"라고 답했다. 전작 '1987'이나 '미쓰백'이 캐릭터의 심리적 가면을 구축하는 게 중요했다면, 여기서는 '신체적 가면'을 준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희준은 "액션 하는데 허벅지도 안 붙고 보통(평소) 이희준이 하는 움직임이 안 나오더라. 극장에서 각하 옆에서 병헌 선배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에 안 봐져서 '재밌다! 되게 즐거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평소에 제가 뱉는 것과 달랐다. '정보부장이 말이야!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말이야!' 이 한 문장에서 한 다섯 번 숨을 쉬더라. 아, 이거 정말 재밌었다. 병헌이 형도 컷할 때마다 '숨넘어가겠다. 잠깐 기절했다가 일어나~' 이러셨다. 저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고 연기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을까. 이희준은 "재미있어했다. 자기 일 아니라고"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100㎏ 가까이 될 만큼 살을 찌우니 당뇨가 올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도 받았다. 한 9개월을 그렇게 촬영했고, 이젠 원래대로 몸무게를 돌려놓는 숙제가 남았다. 3개월 동안 빼 보자는 마음으로 운동하러 다녔고,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화보 촬영을 잡았다.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는 식단 조절을 하고 운동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그였지만 책도 잘 읽히지 않았다고.

이희준은 "마지막 보름 정도까지도 (원하는 만큼) 안 빠져서 헬스장 앞 고시원을 끊어서 하루 4번 운동하면서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고 마지막 보름을 그렇게 뺐다. 스무 살 때 처음 연극하러 서울 왔을 때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마흔한 살에 다시 자발적으로 고시원에 들어가 보니 정말 감사함을 느꼈다. 제가 20년 동안 나름 애써서 만든 이 상황이 소중하고 감사해지더라. 울었다, 닭가슴살 먹다가"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살찐 모습을 보고 혹시 다른 감독님이 (배역) 제안을 주신다면 흔쾌히 결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벌써부터 찐 캐릭터의 대본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넓어져서 만족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런 점도 있지만 이만한 배를 가진다는 건 다른 문제"라며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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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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