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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명절마다 불평등 호칭 `도마 위`…좀체 안바뀌는 `도련님·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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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지 않은 가족 간 호칭 개선 목소리 높아

가족 내 개선은 쉽지 않아 '제자리'

국립국어원, 개선 호칭 담은 예절 지침 내놓을 예정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설 명절을 지내기 위해 시집을 찾은 김아영(35)씨는 시아버지께 꾸지람을 들었다. 4살 난 딸아이가 자신의 친정아버지를 ‘일산 할아버지’라고 지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외할아버지’라는 단어가 자신의 친정 부모님을 멀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 같아 아이에게 양가 부모님을 사는 지역에 따라 구분해 부르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엄연히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라는 단어가 있는데 왜 지역을 붙이도록 가르쳤느냐”며 아이에게 외할아버지라 부르라고 강요했다.

설 명절이 시작되며 또다시 가족 간 호칭을 둔 논란이 한창이다. 몇 년 전부터 평등하지 않은 가족 간 호칭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가족 내에서는 어른들의 반대 등으로 여전히 불평등한 호칭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씨의 시아버지처럼 불평등한 호칭을 강요하며 변화를 반대하는 어른들도 여전하다. 이미 여성가족부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이 불평등한 성평등 호칭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나 방법 등을 제안해 가족 간 합의만 있다면 호칭을 개선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데일리

(자료=여성가족부)




이를테면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 여동생을 ‘아가씨’로 부르는 것을 이름에 ‘씨’를 붙여 부르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도련님과 아가씨의 경우 신분 사회에서 상전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호칭 중 하나다. 특히 아내의 남동새은 ‘처남’, 여동생은 ‘처제’ 등으로 높이지 않는 상황이라 대표적인 불평등 호칭으로 손꼽힌다.

‘친가’와 ‘외가’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본가를 구별하는 것도 불평등한 호칭 중 하나다. 아버지 쪽은 ‘친할 친(親)’을 쓰고 어머니 쪽은 ‘바깥 외(外)’를 써 심리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명절마다 가족이 평등한 호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언어 예절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애초 여가부는 불평등한 호칭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나서 가족 내 호칭까지 간섭하려 한다는 지적에 권고안 대신 캠페인을 택했다.

한편에서는 호칭 개선안이 사전에 담기는 것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호칭을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 등에 궁금한 가족의 호칭을 검색하면 여전히 국립국어원 출처로 ‘도련님’과 ‘아가씨’ 등 호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국립국어원이 펴낸 언어 예절 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연구원은 호칭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올해 새로운 언어 예절 정책에 대한 지침서를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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