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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삼성전자 늘리고, DLF·라임 피한 국민연금, 작년 70조원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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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지난해 악재는 피하고 호재를 좇는 기민한 기금운용으로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005930)를 중심으로 업황 전망이 좋은 반도체 관련 종목의 비중을 늘리고 전망이 어두운 화학·건설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통했다. 또 지난해 시황이 좋았던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대규모 손실이 났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투자를 피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25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잠정 수익률은 11%로 기금운용본부가 수익률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돈은 712조1130억원으로 작년 한 해에만 약 70조원을 벌었다.

이전까지 역대 최고 수익률은 2010년 10.37%였다.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익률은 지난해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8.23%로 수익금은 53조1000억원이다. 작년 1~10월간 국내주식 수익률은 5.71%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65%)보다 높았다. 해외주식이 24.28%였고 해외채권 13.04%, 대체투자 5.84%, 국내채권 3.06% 순이었다.

조선비즈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전주 본사 전경/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 운용에서는 업황 전망이 좋은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전망이 어두운 화학·건설 종목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비중을 작년 2분기 10%에서 3분기 10.49%로 늘렸다. 이 시기(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삼성전자의 주가는 8.15% 상승했다.

이외 반도체 업종 중에서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장비 종목을 저가에 매수했다. 국민연금은 유니테스트(086390), 동진쎄미켐(005290), HB테크놀러지(078150), 유진테크(084370)를 5% 이상의 지분율로 신규 편입했다. 이외 테크윙(089030), 케이씨(029460), 원익QnC(074600), 서울반도체(046890)등 반도체 장비 관련 종목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

반면 화학·건설 종목에 대한 지분 비중을 축소했다. 화학 업종은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지난해 2~3분기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면서 업황 전망도 어두웠다. 국민연금은 화학 종목인 후성(093370), 금호석유(011780), 애경유화(161000), SK케미칼(285130), 롯데정밀화학(004000)에 대한 지분을 줄였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이 한동안 침체된다고 예상해 대우건설(047040), 태영건설(009410), 대림산업(000210)에 대한 비중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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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0년간 연평균 누적수익률 추이.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의 전체 평균 수익률 향상에 큰 기여를 한 것은 해외주식 부문이었다. 지난해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해외주식 수익률은 24.28%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비중을 2018년 17.7%에서 작년 10월 말 21.9%로 늘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증시는 정부 부양책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수익률이 국내증시 수익률(7.7%)을 크게 웃돌았다.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성사시키면서 상반기에 부진했던 경기민감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다우지수는 연간 22.3%,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28.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2%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 금융업계를 뒤흔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피해간 점은 위험 관리를 잘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은 DLF에 584억원을 투자했다가 476억원을 잃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애초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DLF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환매 중단 규모가 1조6000억원대로 늘어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국내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자산운용사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투자한다.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도 해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재간접 투자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업계에서 라임 사모펀드 구조에 문제가 있고 라임이 수익률 돌려막기를 한다는 소문을 접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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