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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만리재사진첩] 문중원 기수 아내와 해고노동자가 함께 차린 거리의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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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사진첩]

한겨레

고 문중원 기수의 어머니 김혜숙 씨(맨왼쪽)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인근 분향소에 앞에서 합동차례를 마친 뒤 떡국을 먹으며 민길숙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실장(오른쪽 셋째)의 입에 전을 넣어주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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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주 씨가 먹어야 먹습니다!"

"아버님, 먼저 떡국 드셔야 저희가 먹습니다!"

설날인 25일 오전 고 문중원 기수 추모분향소와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농성장 합동 차례가 열린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 모퉁이에서 민길숙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실장이 부러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은 고 문중원 기수가 세상을 떠난 지 58일째, 유족들이 고인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와 함께 상경한 지 30일째 되는 날이다.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설 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거리에서 설을 맞게 되었다.

“설 전에 장례를 치르고 남편을 차가운 길에서 옮겨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때까지 마사회가 6명의 죽음을 나몰라라 하셨다면 일곱번째인 제 남편의 죽음은 절대 그렇게 놔두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실의가 컸던 탓일까. 차례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결연히 발언했던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도, 유가족들도 분향소 앞에 차려지는 차례상을 보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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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인근 분향소에 앞에서 열린 합동차례를 지켜보며 눈물흘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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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차례 음식은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농성 중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했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꿀잠에 모인 일진다이아몬드지회,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기륭전자분회, 비정규직없는세상, 현장에서 숨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 누나 도현씨와 고 문중원 경미기수의 유가족,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치며 이날 합동 차례를 준비했다. 꿀잠의 활동가들은 25일 이 음식들을 싣고 오전 9시 30분 일진다이아몬드 농성장 첫 방문을 시작으로, 고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분향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이곳 광화문에 도착해 떡국까지 함께 나눈 뒤 다시 세종호텔 농성장과 강남역 삼성 고공농성장, 기아차비정규직농성장으로 향했다.

정부서울청사가 보이는 농성장에서 합동 차례를 마친 뒤 소담하게 담긴 떡국을 건네받은 이들은 쉽사리 수저를 들지 못했다. 대신 당신의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려 내가 더 씩씩하게 말하고,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오늘을 함께 살아내고 있었다. 우리의 온기로 2020년 거리의 설날을 함께 한 이들의 사진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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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꿀잠 위원장(가운데)이 25일 동료들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인근 분향소에 앞에서 합동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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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꿀잠에 모여 차례 음식을 마련하는 사람들. 꿀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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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꿀잠에서 전을 부치고 있다. 꿀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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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세종로공원 앞에서 고 문중원 경마기기수와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가 열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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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중원 기수의 어머니 김혜숙 씨(앞줄 가운데)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인근 분향소에 앞에서 열린 합동차례를 지켜보며 눈물흘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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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에 펼친 돗자리 위로 설날 떡국을 함께 나누기 위한 상이 차려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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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중원 기수의 어머니 김혜숙 씨(맨왼쪽)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인근 분향소에 앞에서 합동차례를 마친 뒤 떡국을 먹으며 며느리 오은주씨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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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짐을 챙긴 뒤 다음 합동차례를 위해 세종호텔 농성장으로 향하는 꿀잠 활동가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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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열린 고 문중원 열사 설 전 해결무산과 이후 투쟁 선포 기자회견의 참가자들 곁으로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을 모신 운구차가 보인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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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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