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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고향서 총선 도전하는 전 경남지사 2명...부활?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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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출마

홍준표,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출마

김두관, 경기 김포갑에서 양산을로 차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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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홍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전직 경남도지사 2명이 자신의 고향에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하고 있다. 지역 분위기도 이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하다. 이들이 고향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지, 아니면 폭망할 것인지 관심을 끈다.

경남 거창이 고향인 김태호(57) 전 경남지사는 지난달 17일 고향 선거구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열심히 바닥을 누비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김 전 지사는 거창으로 전입신고도 마쳤다.

경남 거창은 김 전 지사에게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고향이다. 그는 30대 중반이던 1998년 거창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2년엔 거창군수에 당선됐다. 이를 발판으로 2004년 6월 경남도지사에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2010년 6월까지 6년 동안 경남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도지사 퇴임 직후인 2010년 8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나,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그는 2011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포함하고 있던 경남 김해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하며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2016년 5월 이후 ‘야인’으로 지내던 김태호 전 지사는 다가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향에 출마해, 정치인으로서 부활을 노리고 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에는 역시 거창군수를 지낸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버티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총선을 이끌어주실 것을 권고한다”며 김 전 지사 등에게 ‘험지’ 출마를 권했는데, 김 전 지사는 바로 이날 고향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향에서 당선된 후 후일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6일엔 페이스북에 “더 큰 정치의 첫걸음을 고향에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써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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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이 고향인 홍준표(65) 전 경남도지사도 지난 20일 “2월 초순에 고향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총선에 임하겠다”며, 고향 선거구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은 현재 공석인 상태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2012년 12월20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했으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2017년 4월9일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했다. 그는 1996년 15대(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2001년 16대(보궐), 2004년 17대, 2008년 18대 등 서울에서 내리 네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2017년 자유한국당 대표에도 당선됐다. 경남도지사 중도사퇴 직후인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문재인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지난 21일 창녕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를 부르짖는 당이 지역구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지 못할 것”이라며, 험지 출마를 권하는 당 지도부의 권유를 일축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그는 페이스북에 써올린 글에서 “나는 니들과 달리 총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대선을 보고 총선에 나가는 거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은 이때 하는 거”라며 “험지에서 한석 보태는 것만이 당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거다. 나는 머릿수나 채우는 그런 용도가 아니다”라고 고향에서 출마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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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이들에게 고향이 아닌 험지 출마를 거듭 권유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어려운 총선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많이 진출해 전체적으로 우리 당이 승리하는 데 이바지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수도권 험지로 나와주실 것을 부탁한다. 살신성인의 자세가 국민을 감동시킬 것이다. 고향 땅 영남보단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지만, 고향에 안주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는 닫히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활동했던 전 경남도의원 23명도 지난 22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전 대표는 한국당 승리를 위해 당이 원하고 당원이 원하며 모두가 험지로 여기는 수도권으로 출마하라. 계속 경남 출마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한국당의 경남 총선을 살리고자, 소통 부재의 달인인 홍 전 대표의 출마를 막기 위해 중앙당 지도부에 서면과 대면을 통한 강력한 결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단체인 나라사랑태극기연합회도 지난 15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는 더는 구차한 모습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사욕을 버리시길 바란다”며 홍준표 전 지사의 고향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경기 김포갑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두관(60) 전 경남지사를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 차출했다. 그동안 김 전 지사는 “김포에 뼈를 묻었다”는 말을 할 만큼 경기 김포갑 지역구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지난 15일까지 지역을 두루 돌며 의정보고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서형수 국회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공백이 생긴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김 전 지사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지난 22일 “이해찬 대표 등 당이 양산을 출마를 요청해 결심했다. 현 지역구인 경기 김포 지역 인사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며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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