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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차 하면 못 가요'…한라산 정상 예약 벌써 '마감, 마감,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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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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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 주 주말 한라산 백록담 등반을 계획했던 A씨는 등반을 2주나 미뤄야만 했습니다.

A씨가 지난 22일 예약 상황을 조회한 결과,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을 중심으로 예약이 붐벼 이미 2월 첫째, 둘째 주 토, 일요일은 예약이 모두 마감됐습니다.

A씨는 결국 셋째 주 토요일로 탐방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알고 보니 매달 1일부터 다음 달 탐방 예약을 받고 있어 발 빠른 탐방객은 일찌감치 예약을 끝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평일 탐방 예약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A씨가 예약시스템에서 코스와 날짜를 선택하고, 성별과 연락처를 입력하니 예약 확인 문자와 함께 입산시 필요한 QR코드가 날아왔습니다.

제주도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에 대한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합니다.

등반이 허용되는 하루 탐방 인원수는 성판악 1천 명, 관음사 500명입니다.

단체는 1인이 10명까지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정산을 등반할 수 없는 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코스는 기존처럼 운영됩니다.

한라산 탐방 예약제 시행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탐방예약제가 운영돼 한라산 정상 등반을 위한 '예약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도는 1998년 1∼3월 눈꽃축제 기간을 전후해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에 대한 탐방 예약제를 실시했습니다.

하루 허용 인원은 2천 명이었습니다.

앞서 도는 자연 훼손 등의 이유로 1996년 3월 1일부터 1999년 2월 말까지 3년간 한라산 정상 등반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당시 도가 한시적으로 한라산 정상 등반을 허용한다고 하자 전국에서 예약이 쇄도했습니다.

3개월 치 탐방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이틀만에 1만1천500명이 넘는 예약이 접수됐습니다.

인기있는 날은 이틀 만에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스빈다.

높은 인기만큼 문제가 따랐습니다.

예약하지 않은 등반객까지 몰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도는 탐방객이 몰린 날에는 2천 명 제한을 무시하고 최대 4천 명이 넘는 인원을 입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예약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여행사가 예약 인원의 상당 부분을 선점하고 정작 손님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절반가량을 취소한 것입니다.

당시는 한라산 입장료를 받던 때여서, 도는 예약 취소 건에 대해 환불을 해주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듬해 눈꽃축제 기간에는 인원 제한 없이 한라산 정상 등반이 허용됐습니다.

과거 탐방예약제 시행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는 노약자나 외국인 등 사전에 예약하지 못한 정보 취약계층을 배려해 탐방 당일 잔여 예약인원 범위내에서 현장에서 발권할 계획이지만, 잔여 예약인원이 없으면 탐방할 수 없습니다.

벌써 예약이 꽉 차는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든 무턱대고 한라산 정상 등반을 하러 갔다가는 인원 제한으로 발길을 돌리기에 십상입니다.

잔여 예약인원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잔여 예약인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예약시스템에 들어가 '예약하기'를 누른 뒤 로그인을 하고,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별 탐방 날짜를 일일이 눌러봐야 합니다.

탐방 날짜를 누르고 나서야 전체 정원 중 현재 예약인원이 몇 명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약이 꽉 찬 날에 남는 자리가 생겼는지 계속해서 달력을 누르며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탐방객의 몫입니다.

예약하고서 오지 않는 경우도 골치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 한라산 입장이 무료인 만큼, 과거와 같은 입장료 환불 소동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더 많은 '노쇼'(No-Show)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예약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잔여 예약인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또 추후 노쇼 탐방객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시범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효과를 확인해 내년부터 탐방예약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며 "탐방객 급증에 따른 한라산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탐방예약제가 시행되는 만큼, 등반객들의 많은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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