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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휴줌인] 보수통합, 파급력 왜 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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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혁신통합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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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2일 한 여론조사 결과가 관심을 끌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이 20% 중반에 그치며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다. 특히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현재 지지율 단순 합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신당 모색이 이뤄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높은 반감, 그렇지만 계속되는 난관으로 또 한번 선거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헛발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바른미래당 등 다른 범보수 세력도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들에게 보수통합은 어쩌면 마지막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여론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율의 단순 합계보다 통합신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점은, 범보수 세력에게 의외의 뼈아픈 대목일 것이다. 무엇이 보수통합의 파급력을 약화시키는 것일까.

■친박 지지층 이탈
우선 친박(친박근혜) 지지층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당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지만, 현실적 대안이 부재해 한국당을 마지못해 지지하는 친박 지지층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우리공화당과 가깝고, 새보수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반감이 유독 크다.

한국당이 새보수당과 통합하면, 자연스레 기존 한국당내 친박 지지층은 우리공화당으로 가거나 무당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나온다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지지층을 껴안을 수 있는 우리공화당은 조원진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보수통합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결국 한국당은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셈이다. 새보수당과 친박 지지층 가운데 어느 하나를 놓치기도 그렇고, 둘 다를 안고갈 수도 없다.

야당 관계자는 "더 오른쪽에 있는 정당과 결이 유사한 소위 친박 지지층의 비중이 한국당과 새보수당 통합시 빠져나가는 지지율 비중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며 "한국당 입장에선 새보수당과 친박 지지층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이합집산 피로감
국내 정치사를 보면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세력간 이합집산이 자주 발생했다. 대체로 '통합'이라는 명분 하에 정치성향 차이가 크지 않은 세력들이 한 텐트에 모여들곤 했다. 선거 전 정당한 명분과 모습을 갖추고, 선거 후에도 지속가능성이 있는 통합을 하는 것이라면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 전 일시적 승리를 위해 '묻지마' 방식으로 이합집산을 추진했다가 선거 후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이 문제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최근 바른미래당과 국민의당 사례가 그랬다.

과거 '탄핵'이라는 근본적 간극이 있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공교롭게 선거 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선거 후 통합신당의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세력 이합집산에 대한 학습경험이 풍부한 국민들에게, 이는 정치 피로감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학습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일단 뭉치자고 했지만, 상호간 근본적인 불신이 존재하고 정치적 신념과 철학이 맞지 않아 파열음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정치세력간 물리적 결합만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대안세력으로서의 명확한 정책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보수야당 심판론 여전
최근 여론조사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악재로 여겨질 만한 사안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야당 진영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KBS와 한국갤럽 등의 조사를 보면, 차기 총선과 관련해 정부심판론보다 야당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역대 선거를 보면 대개 정부여당이 심판의 주된 대상이라는 전제 하에 야당은 대안세력으로서의 자격과 역량을 평가받곤 했다. 하지만 현재 야당인 한국당 등 보수 세력은 대안세력이 되지 못함은 물론 아예 심판의 주된 대상으로 상정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심판론은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과 탄핵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 충격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이 있는 세력들이 반성과 쇄신은 커녕 친박 재등용 등 구태를 반복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에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정 발목잡기'로 비치는 모습도 심판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전 정부의 잘못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여론이 지배적일 만큼, 국정농단과 탄핵은 한국당 등 보수야당 세력의 아킬레스건이자 국민들에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며 "한국당 등 보수야당 세력의 완벽한 환골탈태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이전으로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풀 협소
정치세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권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적은 유력 대권주자의 존재 유무에 따라 그 달성 가능성이 크게 좌우된다. 세력 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숫자가 많다면 금상첨화다. 상당한 수준의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개별 주자들의 존재 및 활동에 근거해 국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오고, 수권 세력으로서의 이미지와 가능성도 증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성공적 보수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현재 보수야당 세력에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사실상 황교안 대표 뿐이다. 과거부터 가장 최근까지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황 대표만이 수위를 다투고 있을 뿐 다른 보수야당 인물은 눈에 띄는 지지율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유승민 대표, 안철수 전 대표, 홍준표 전 대표가 거론되지만, 이미 대선 등에 출마해 낙마한 경험이 있고 오랜 기간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추후 대권주자 가능성이 다소 엿보이는 잠재적 주자들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풀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행정 경험과 유의미한 지지율 등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잠재적 주자들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적지 않다.

여당 관계자는 "세력 내 다양한 인물들의 존재감과 상호보완적인 경쟁구도 형성을 통해 해당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와 기대감도 자연스레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보수야당 세력은 차기 대권주자풀이 협소한 상황이고, 거의 단독으로 거론되는 유력 주자도 정치적 확장성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집권여당 壁
정치에선 한 세력의 실정 및 악재가 빈번하면 반대편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기 마련이다. 통상 전자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여당이고, 후자가 야당일 때가 많았다. 과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우선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한국당 등 보수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조사에서 10~20%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은 연말 연초 개혁입법 처리에 있어 '4+1' 등 상당한 정치력과 추진력을 발휘해 검찰개혁 등 큰 성과를 냈다. 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인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외부인사 영입에 있어서도 그 참신함 등을 인정받으며 다른 당을 앞서가고 있다.

민주당이 실정 및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국 정국'과 '검찰개혁 정국'은 민주당에게 중대한 변곡점이었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결집했다. 이를 통해 지지층과 일부 중도층의 결집을 이끌어냈고, 안정감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어느 정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당 등 보수야당으로의 민심 이반을 다소 억제하는 효과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집권여당이 인기가 없어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수통합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현재 여당은 보수야당은 물론 과거 여당에 비해서도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반사이익이 아닌 보수통합의 명분을 알리고 정책 대결을 펼치며 독자적인 힘으로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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