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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민심르포] "박근혜가 있는데 보수통합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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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당은 배신자"vs"한국당 청산해야"
보수대통합 가장 큰 과제는 '박근혜'
보수진영, '탄핵의 강' 넘을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51.55%였다. 그는 1987년 직선제 확립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최초로 과반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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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 심판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사분오열됐던 보수진영이 대통합의 깃발 아래 모여드는 이유입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도 나름의 역할을 하며 '보수 빅텐트' 결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0일~2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정당지지율 조사입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보수대통합 전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0.1% △한국당 32.1% △새보수당 3.8%입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단순 지지율 합산은 35.9%로 민주당 지지율과 오차범위(±3.1%포인트)안에서 접전을 펼칩니다.

하지만 가칭 통합보수신당 출범 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6.6% △통합보수신당 25.1%로 조사됐습니다.

통합보수신당 지지율 25.1%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단순 지지율 합산 35.9%보다 무려 10.8%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보수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커녕 한국당 입장에선 오히려 7%포인트 가량 '손해보는 장사'라는 뜻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자들의 속마음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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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 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해 3월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에 들어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보수진영이 보수대통합 과정에서 풀어야할 핵심 과제다. 사진=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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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랑 한솥밥을 먹어?"
먼저 보수대통합에 반대하는 한국당 지지자 입장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50대 김민석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입니다. 오래 전부터 보수정당만 뽑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새보수당과는 "한솥밥을 먹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생긴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 덕에 떵떵거리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배신을 할 수 있느냐"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리고는 "정치 잘 모르는 나도 그렇게는 안할 것 같다. 탄핵에 사과 한 마디 없이 무슨 통합이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새보수당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택시를 운전하는 박동일씨(가명)는 새보수당을 향해 "오히려 민주당과 색깔이 비슷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 거립니다.

박 씨는 "새보수당에 있던 사람들은 솔직히 박근혜 탄핵에 찬성표 던진 사람들 아니냐"면서 "선거가 가까워지니 다시 손을 잡자는 것은 너무 속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보수통합에 주저하는 한국당 지지자들에겐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깊게 패여있습니다.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보수통합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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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사진=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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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을 해야지 손을 잡아요?"
다음은 새보수당 지지자 입장입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단어는 역시 '박근혜'입니다.

30대 직장인 박도영씨는 "지금 정당 중엔 그나마 새보수당이 가장 나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보수통합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새보수당과 한국당 통합의 명분은 도대체 뭐냐"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뭉개고 퉁치며 합당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한국당의 '쿨한 인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결국 박근혜가 있는데 보수통합이 되겠나"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20대 대학생 곽정훈씨는 보수통합을 논의하는 새보수당이 "실망스럽다"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곽 씨는 "바른미래당부터 새보수당까지 쭉 지지하고 있다"면서 "나름 젊은 보수라는 정체성을 대변해줄 정당으로 새보수당을 믿었는데 한국당과 손을 잡으려 한다. 청산을 해야지 손을 잡나"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4년 전 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던 그는 "한국당에 소위 '친박 의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보수 통합이 이뤄지면 어느 당을 찍을지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보수대통합에 망설이는 두 정당 지지자 사이에는 박근혜라는 상징적 인물이 존재합니다. 보수정당이 건전한 노선과 정책, 사상 경쟁을 펼치기엔 그의 존재감이 너무 커보입니다.

일부 한국당 지지자에게 박근혜는 반드시 지켜야할 최후의 보루이자 보수재건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몇몇 새보수당 지지자에게 박근혜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입니다.

이제 21대 총선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강을 뛰어넘어 '10.8%포인트'에 달하는 정치적·감정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지 두고볼 일입니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이틀간 진행했습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2만1020명에게 접촉해 최종 응답한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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