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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동해 무허가 펜션 폭발 또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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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무허가 영업 적발 불구 배짱 영업

6남매 중 첫째·넷째 부부 등 6명 사망 1명 중상

경찰 불법영업·조리시설 교체공사 부실 등 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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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의 불법 숙박시설에서 폭발사고가 나 일가족 7명 등 9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1년여 전인 2018년 12월 10명이 사상한 강릉 펜션 참사에도 불구하고 무허가 숙박업소가 근절되지 않아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5일 저녁 7시46분께 동해시 묵호진동의 2층짜리 ㅌ펜션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방 안에 있던 일가족 7명 가운데 첫째 최아무개(76)·이아무개(70)씨 부부, 둘째 이아무개(66)씨, 셋째 이아무개(58)씨, 넷째 이아무개(55)·이아무개(56)씨 부부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이 건물 1층의 상가에 있던 손님 2명도 다쳤다.

사상한 일가족은 1남5녀 가운데 다섯째와 여섯째 가족을 제외한 네자매와 사촌 등으로, 최근 아들을 잃은 셋째(58) 자매를 위로하려고 모였다가 변을 당했다.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6남매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등 남다른 우애를 자랑했으며, 설을 맞아 일가족 가운데 한명이 사는 동해에서 모임을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동해경찰서는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 감식을 벌였으며 폭발사고가 난 객실의 가스배관 중간밸브에 막음 장치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펜션 건물주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객실 안에 인덕션을 설치하고 가스 배관도 직접 철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펜션 객실 8곳 가운데 6곳의 조리시설이 전기를 사용하는 인덕션으로 교체되었으며, 나머지 2곳은 기존의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설치돼 있다. 경찰은 기존 가스레인지를 철거하고 인덕션을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가스배관 중간밸브 부분의 막음 장치를 부실하게 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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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찰은 펜션 건물 외부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 용기 주변에 성에가 끼어 있는 점도 발견했다. 가스 용기 등에 성에가 끼는 것은 가스가 새거나 누출돼 급속하게 기화할 경우 주변의 열을 빼앗아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도 발견됐다. 폭발이 두 차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액화석유가스와 휴대용 가스버너 연료가 잇따라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밸브 막음 장치가 없는 것은 부실 공사가 아니라 폭발 충격으로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폭발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ㅌ펜션이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인 사실도 밝혀내고 건물주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건물이 1968년 냉동창고로 지어진 뒤 1999년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으나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숙박시설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 이 건물의 일부가 펜션으로 불법 사용되는 사실을 알고 점검에 나섰으나 건물주가 거부해 내부 점검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동해시에 불법 펜션영업 사실을 통보했다. 소방 관계자는 “각종 점검을 받지 않아도 되고 벌금이 세금보다 적어 무허가 숙박업소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해시는 “ㅌ펜션의 불법 영업을 몰랐다. 소방당국의 불법 영업 통보는 받았으나 적발 뒤 (업주가) 개선할 수도 있고 해서 일괄적으로 조처하려고 기다렸다”고 해명했다. 동해시 고위 관계자는 “강릉 펜션 사고 뒤 전수조사를 했으나 ㅌ펜션은 신고 시설이 아니어서 누락됐다. 미신고 시설을 한꺼번에 몰아서 후속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8일 인덕션 교체업자, 액화석유가스 중간공급업자를 불러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가스 배관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추궁하는 한편 건물주를 소환해 불법 숙박업소를 영업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또 숨진 이들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도 밝힐 방침이다.

박수혁 송인걸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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