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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대미 정면돌파 택한 김정은, '사망설' 김경희까지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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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김경희 등판시킨 노림수 뭘까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설주 여사,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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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74)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인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2013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삼지연 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간부 중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김 전 비서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전 비서는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김 위원장·이설주 부부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김 전 비서는 2013년 9월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한 뒤 그해 12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후로 종적을 감췄다. 미국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독살을 지시했다고 2015년 보도하는 등 그의 신변을 두고 숙청, 자살 등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날 등장으로 각종 사망설을 일거에 잠재웠다.



‘백두혈통’ 단합으로 미국 정면돌파



김 위원장이 김 전 비서를 6년여 만에 내세운 배경을 두곤 미국과 정면 돌파를 선언한 상황에서 ‘백두혈통’의 단합된 모습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대화·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탈피하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김 위원장이 직접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재 완화는커녕 제재는 되레 늘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장기화로 정치·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희까지 동원해 체재 결속과 주민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선 주민 대상으로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을 돌파하자는 사상교육이 진행 중으로 안다”며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등장은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향수를 일으키는 한편, 김씨 일가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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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6년여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세번째).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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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과 상의해 고모 은둔생활 종료 결정”



김 위원장이 정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김 전 비서의 공개활동을 결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장성택에 대한 청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김 전 비서가 외부활동에 나서도 무방하다는 판단을 김 위원장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권 9년 차 안정된 기반 속에서 여동생 김여정과 상의해 고모를 배려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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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다.[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보 당국은 김 전 비서가 평양 근교에서 신병치료 중인 것으로 근황을 파악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또 다른 백두혈통인 김평일 체코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한 것도 김 위원장이 김씨 일가의 좌장으로서 집안을 추스르는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 일가의 근황은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은 그의 재등장에 매우 놀라며 반길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자신의 우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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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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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비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고령이고, 당 직책도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들은 대내외 메시지가 필요한 공개행사에 김 전 비서가 얼굴을 비치며 김 위원장 행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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