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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라크 미 대사관 ‘로켓포 직격’…혼돈의 바그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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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암살 후 ‘그린존’ 잇단 공격…민병대 소행인 듯

미·이란 ‘대리 전쟁터’…반정부 시위·반미 집회 등 동시다발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26일(현지시간) 5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았으며, 이 중 3발은 대사관을 직격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배후를 자처하는 조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반정부 시위도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반정부 시위, 반미 시위 등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서 바그다드가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격을 목격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AFP 인터뷰에서 직격탄 3발 중 1발은 저녁식사 시간 즈음 대사관 구내식당에 떨어졌으며, 다른 1발은 부대사의 거주지 부근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라크 보안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로켓포 1발이 대사관 담장 안쪽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 대사관 담장 안으로 포탄이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격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발생했다. AFP 기자들은 오후 7시30분쯤 티그리스강 서안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AFP에 최소 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합동군사령부와 이라크 보안군은 성명을 통해 사상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에서 암살한 이후 포탄 공격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바그다드 내 고도 경비 구역인 그린존 안에 있지만, 이날 공격을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공격을 받았다. 지난 20일에도 로켓포 3발이 대사관 인근에 떨어졌다.

이라크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인 이라크가 양국 지원 세력 간 대리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미군의 무력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무함마드 알할부시 하원의장은 “나라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공격”이라며 규탄하고, 이라크 정부는 모든 외교관저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솔레이마니 애도 국면으로 다소 잠잠했던 반정부 시위까지 격화되고 있다. 이날 바그다드를 비롯해 시아파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 남부 도시 바스라 등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이라크 보안군은 실탄까지 쏘며 강경진압했고 최소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더딘 인프라 복구 작업, 관료들의 부정부패, 높은 실업률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진짜 이라크인들이다. 우리는 어떤 정파와도 관련돼 있지 않으며, 결코 시위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엔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지휘하에 수천명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시위대는 그린존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이라크 보안군의 봉쇄에 막혔다. 시위대 내부에서도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반미 시위를 주도하는 알사드르와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외부세력(미국)’과 연관이 있다며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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