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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6년만에 김경희 등장, 김정은의 '내부단합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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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장성택 처형 후 첫 공식석상… 김정은 부부 옆에서 설공연 관람

김씨일가 한자리에 모인 모습, 백두혈통 단결 과시했다는 분석

태영호 "고모부 처형 책임을 고모에게 넘기는 김정은의 꼼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6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26일 김정은의 설맞이 기념공연 관람 행사에서 김경희가 김정은 부부 옆 상석에 앉은 모습을 보도했다. 남편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제기된 '숙청설'과 '사망설' 등을 잠재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김경희를 등장시킨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미(對美)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뒤 내부 결속에 부심하는 상황에서 '백두혈통'의 단합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김여정 사이 앉은 김경희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검은 한복 차림의 김경희는 주석단에서 김정은의 왼쪽 둘째 자리에 앉았다. 김정은·리설주 부부, 김경희, 김여정 순이었다. 김경희의 공식 석상 등장은 2013년 12월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된 지 약 6년 만이다.

김경희는 김정일의 여동생으로 현존하는 유일한 '백두혈통 2세대'다. 김정일 말년에는 실세(實勢)로 부상하며 '김정은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평가됐지만 장성택이 반역죄로 처형된 뒤 종적을 감췄다. 이후 북한 당국은 각종 기록영화에서 김경희의 모습을 삭제했다. '김씨 일가의 어른'인 동시에 '배신자의 아내'라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가 된 것이다. 일각에선 독살설이 제기되는 등 신병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8월 그가 평양 인근에 칩거하며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김경희는 이날 북 매체들의 호명(呼名) 순서에서도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불렸다. 리일환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이 이어서 호명됐다. 이 때문에 김경희가 단순히 생사만 확인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버금가는 정치적 위상을 회복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백두혈통' 중심 일심단결 강조

김경희의 깜짝 등장은 최근 대미 정면돌파를 선언한 북한이 "장애와 난관" "난국" 등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시인하며 주민들을 상대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백두혈통부터 솔선수범해 일심단결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어수선한 내부를 결속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리더십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란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김경희의 등장은 상당한 화제가 될 전망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주민들은 김경희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김정은 우상화 차원에서도 김경희의 등장이 도움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장성택 사건이 사실상 잊힌 상황에서 김경희를 공개해도 큰 부작용이나 부담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40년간 해외를 떠돌던 김평일 전 주체코 대사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그만큼 내부 통제와 리더십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다.

장성택 처형에 따른 '김씨 왕조' 내부의 잠재적 갈등 요인이 정리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경희가 장성택 처형에 반대하면서 김정은과의 관계가 멀어졌을 것"이라며 "이번에 김정은이 김경희와 화해하면서 장성택에 대한 정치적 복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식으로 명예회복·복권될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장성택 숙청에 앞장섰던 조연준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이 현재 '정치적 사망' 상태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경희는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가택연금'이 아닌 개인적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가택보호'에 가까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김경희의 등장에 대해 "'김경희 독살설'을 털어버리고 고모부 처형 책임을 고모에게 넘기는 김정은다운 '묘수'이자 '꼼수'"라며 "김정은의 홀로서기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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