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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법조계 "최강욱 기소 문제없어, 항명한 이성윤이 감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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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청법 21조 '지검장 결재권' 내세워 감찰 압박했지만

대검은 같은법 12조 '검찰총장 지휘권'으로 이성윤 항명 지적

"수사팀 감찰 프레임으로 2차 대학살 물타기 하려는 시도" 분석도

검찰이 지난 2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자 법무부는 당일 "날치기 기소"라며 수사팀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윤석열 총장의 거듭된 '기소 지시'에 불응한 것이 '항명(抗命)'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 지검장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 경과를 담은 '사무보고'를 윤석열 검찰총장을 건너뛰고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먼저 보고한 사실이 27일 드러나면서 "이 검사장이 법무부 법령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의 수사팀 감찰 논란이 오히려 이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논란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법조계 "최 비서관 기소 절차 문제없어"

법무부가 수사팀 감찰 근거로 내세우는 법규는 검찰청법 제21조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한다'는 규정이다. 이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이 이 지검장 결재 없이 최 비서관을 기소한 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건은 반드시 지검장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법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의 '위임전결규정'으로, 내부 규정일 뿐이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한다'는 검찰청법 제12조로 법무부 논리에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이성윤 지검장도 윤 총장의 지휘 대상이다. 최 비서관 기소에 앞서 윤 총장은 이 지검장과 수사팀에 "최 비서관을 즉시 기소하라"고 수차례 지시했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의 기소 지시에 항명한 이 지검장이 감찰 대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불구속 기소는 차장 전결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구속 기소도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송경호 3차장 전결로 이뤄졌었다.

법무부가 감찰을 진행하더라도 수사팀에 대한 징계 여부는 윤석열 총장이 결정한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찰총장이 하게 돼 있다. 예외적으로 법무부가 검사에 대해 1차 감찰에 착수할 수도 있지만 역사상 전례가 없다.

최강욱 기소 과정 보고도 '윤석열 패싱'

이성윤 지검장이 최 비서관 기소 경과를 담은 '사무보고'를 윤 총장을 건너뛰고 추 장관에게 먼저 보고한 것도 법규를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령(令)인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르면 검사장은 사무보고를 할 때 상급 검찰청장과 법무장관에게 동시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법무장관에게 먼저 보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지검장은 당초 이 규정에 따라 최 비서관 기소 당일인 23일 추 장관에게 사무보고를 올렸다. 대검찰청 상황실에도 같은 날 보고자료를 접수시켰으나 이를 5분여 만에 회수한 뒤, 다음 날인 24일 오후 10시 30분에야 윤 총장에게 사무보고를 했다. 이 지검장은 논란이 일자 25일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최 비서관 기소는) 법무부장관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할 내용이었고, 검찰총장은 사실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접수까지 시킨 사안을 굳이 회수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 대검뿐 아니라 직속 상급기관인 서울고검에도 추 장관 보고 다음 날인 24일 밤 11시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과 고검을 모두 건너뛰면서 법무부에만 먼저 보고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당일 이뤄진 최 비서관 기소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분명하지도 않은데 '감찰'까지 거론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 고위직 1차 '대학살' 인사 때는 윤 총장의 '항명' 프레임으로, 23일 중간 간부 2차 '대학살' 인사 때는 '날치기 기소 감찰' 프레임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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