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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볼턴의 복수 "트럼프, 우크라 지원과 바이든 조사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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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 부른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곧 나올 신간 초안에서 폭로

대가성 없다는 트럼프 주장 뒤집어… 트럼프 "책 팔려는 의도일 뿐"

조선일보

볼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폭탄 증언을 내놓았다. 볼턴이 곧 발간될 저서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 지원금 지급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자신의 정적(政敵)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는데 볼턴의 폭로는 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곧 발간될 저서의 원고 초안에서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 등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도울 때까지 군사 지원금 3억9100만달러(약 4566억원)의 군사 원조를 동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이 책 제목은 '그것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으로, 오는 3월 17일 출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것이 일어났던 방'이란 제목에서부터 트럼프의 불법 행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백악관에 더는 필요 없다"며 볼턴을 쫓아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어떤 대가성도 없는 정상적 외교 활동"이라고 했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21일부터 미 상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 심판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볼턴은 원고에서 수십 페이지에 걸쳐 지난해 9월 자신이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볼턴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선 외교'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 집필을 마친 후 최근 수주 동안 원고를 측근들에게 보냈다. 또 백악관에도 원고를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전·현직 미국 관료들은 책을 쓸 때 정부에 원고를 제출해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지난 2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상원의 탄핵심판(재판)에서 볼턴의 증언 여부는 핵심으로 꼽혀왔다. 볼턴도 이달 초 상원이 자신을 소환할 경우 증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상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지난 22일 볼턴 등 새로운 증인을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 전원(53명)이 반대표를 던져 증인 채택을 막았다.

이 때문에 상원 청문회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소셜 미디어 분석 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미 하원이 공개 청문회를 시작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3일간과 상원의 탄핵심판이 본격화한 지난 21일부터 3일간을 비교한 결과, 관심도가 하원 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하원 청문회 때는 사흘간 소셜 미디어상에서 '좋아요' 등 상호 작용이 이뤄진 건수가 3520만 건에 달했지만 상원 탄핵심판 첫 3일간 이 건수는 1780만건으로 55%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턴의 책 내용 때문에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을 이끄는 밋 롬니 상원의원과 중도파인 수전 콜린스, 코리 가드너 의원 등이 볼턴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에서 '4표'의 반란표가 나와 과반이 무너질 경우 볼턴의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트럼프는 27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볼턴에게 우크라이나의 군사 원조가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있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이를 말한다면 이는 책을 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보수 성향 논객인 션 데이비스가 트위터에 "볼턴이 기자들에게 정보를 누설하면서 자신이 해고된 데 대한 복수의 각본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올린 글을 리트윗(재전송)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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